습관을 만들게 된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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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발리를 다녀온 뒤 내 생활 패턴이 조금 바뀌었다. 그 변화가 내가 습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되었는데 그 결정적 이유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일단 게스트하우스에 이어서 기억에 남았던 장소 나머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 당시 요가는 내게 소울 메이트, 소울 푸드를 넘어 소울 엑써사이즈다 생각이 들만큼 심취해 있었던 운동이었다. 발리에 오기 전에도 거의 1년 넘게 요가를 하고 있었는데 의도치 않게 요가의 원조인 힌두교의 교도가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곳에 오게 되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요가는 배워보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예산을 쪼개 정한 여가비용을 모두 요가원을 등록하는 데 사용했다.
요가원은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계단식 논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있었고 좌우가 트여있어 바람이 그 사이로 왔다 갔다 했다. 한쪽에서는 정말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우리나라에서는 스피커로 들리는 물소리 음악을 들었는데) 거기에 요가 음악과 사원의 종 울리는 소리가 더해져 눈을 감고 있으면 신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나중에 언니와 한번 더 발리를 가게 되었을 때도 짧은 일정 안에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등록했었는데 이곳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라 아쉬웠다.
요가 선생님들은 현지인인데 수강생은 대부분이 잠시 체류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아침 8시 수업을 들으러 가면 나 외에 8명 정도의 사람들이 수업을 들으러 와 있었다. 수강생들 중에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어서 선생님이 난이도에 맞게 여러 동작을 알려주셨다.
실제로 하는 요가 동작이나 플로우는 국내에서 배우는 것과 생각보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굳이 차이라고 한다면 국내에선 보기 힘든 남자 선생님이 있다는 것 정도인데 남자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업은 조금 강도가 높았다. 전체적으로 근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자세라 어려웠지만 완성하면 엄청 멋있는 자세가 나온다. 수강생들이 자세를 하는 선생님을 보면 '오우'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아무래도 환경적인 면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요가나 마음 수양을 하는데 최적화되어 있다는(최적화라는 말이 너무 인위적이게 들리긴 하지만) 느낌이 들었다.
요가를 해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겠지만 요가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시간이 있다. 바로 수업이 끝나고 잠시 누워 휴식하는 사바 사나를 할 때이다. 한국에서도 사바사나는 좋았지만 이곳에서는 정말 바람이 몸에 스치는 느낌이나 서라운드로 들리는 물소리, 매트에 뿌린 모기퇴치 스프레이 냄새까지 조합되어 엄청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골로 가지 않는 이상 넓은 대지에 자연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배울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에 요가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가보길 추천한다. 놀라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을 진 해변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기도 하고 발리 하면 제일 그리운 곳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어쩌다 발리 이야기를 하게 되면 항상 꺼내는 레퍼토리도 이 장소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같이 갔기 때문에 가는 길이 지금도 생생히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항상 저녁 6시가 지나 해가 저무려고 하는 게 보일때즘 하던 일을 빨리 정리하고 책을 넣은 가방을 챙기고, 저녁엔 살짝 쌀쌀하니까 겉에 걸 칠 옷도 하나 챙겨서 스쿠터를 타고 해변으로 간다. 5분만 가면 가까운 해변이 있었는데 도착하면 바닷가에 해가 낮게 떠 있고 사람들이 앉아서 맥주를 마시거나 그냥 풍경을 바라보거나 모래 위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그럼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해가 질 때까지 책을 보거나 하늘을 바라보거나 하는데, 해가 질 때면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일제히 저무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해가 지면 주변이 바로 컴컴해지기 때문에 모두 해가 지는 것을 신호로 짐을 챙겨 집 갈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이런 얘길 하면 눈이 반짝반짝 해지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사실 나도 매번 그 당시 묘사를 할 때마다 묘하고 벅찬기분이 든다.
스쿠터를 끌고 나가면 보이는 작은 도로, 길가의 향 피우는 냄새, 뜨뜻미지근한 공기,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 샌들로 들어오는 모래의 까끌거림, 해변의 촉촉한 공기
모두가 노을진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게, 빠르게 저는 해의 높이에따라 바뀌는 하늘의 모습은 정말 이건 말이 안된다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늘 저녁 6시가 기다려졌고, 그때 정말 하늘을 많이 봤다. 이렇게 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나는 돌아올 날이 다가올 때 이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하는 게 정말 아쉬울 것 같단 생각을 해서 더 열심히 찾아갔다.
한국에 돌아와 가장 충격이었던 건 아침에 내가 알람 소리도 없이 일어났을 때가 아니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무실을 출근하고 저녁이 되어 집 갈 채비를 하고 나왔는데 밖에 노을이 져 있었다. 하늘을 보니 노을 진 하늘이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다. 아니 한국의 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곧바로 내가 한국에 있을 땐 평소에 하늘을 본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내가 찾던 아름다움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사느냐에 따라 바로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사소한 변화와 사소한 차이에 조금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소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한 달의 타지 생활로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나는 해 뜨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아침에 출근 전 여유가 생기면서 발리에서 매일 했던 요가를 기억나는 대로 해보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했다. 사실 사무실에 출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 갈 때 가고 올 때 오면 되는데 마음은 일찍 가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어나서 부랴부랴 가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삶을 살다 여유를 즐기다 나오는 경험을 하니 썩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이런 일상은 한 달이 채 안 돼서 본래 모습으로 원상 복귀돼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습관에 특히나 아침 습관에 먼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습관 형성 앱을 제작하기 까진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이게 내가 개인적으로 습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였다.
저는 가장 쉽게 좋은 루틴과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앱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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