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대화는 인터페이스일 뿐
대화를 할 때 보면 사람들마다 대화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의 분야나 양 또는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상호적으로 대화 내용을 오해하거나 대화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화를 하면서 오해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다양한데 지금 이야기하는 건 따지자면 대화법 즉, 대화 스타일에 관한 것이다.
사실 대화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대화, 나쁜 대화 이런 수준 이상으로 깊게 들어가서 이야기하는 게 참 어렵다. 아마 구체적인 상황의 대화가 주어져도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이 틀린 것도 내가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대화가 편하게 흘러가지 않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보통 우리는 '대화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라고 표현하는데 그 안 맞는다는 게 도대체 뭘까?
나 같은 경우에는 확정적이지 않고 안 좋게 말하면 우유부단하게 표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화가 주로 의문문으로 끝나고 확답을 잘하지 않는 데다 상대방의 의견이나 내 생각이 바뀌면 중간중간 처음 했던 말을 번복하는 경우도 꽤 많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 한 확신 있게 주장하는 것을 주로 보류하는 편이고 그게 맞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 내가 한 얘기도 도중에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금방 방향을 틀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융통적이고 서로 소통하기 쉬운 방식이라고 여기는데 내 대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이 말했다가 저 말해서 말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명확히 의견이 있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완성되지 않은 말을 실험적으로 던지는 게 (아마 이 표현 자체에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상대방에게는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로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가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형용사나 사족을 붙이는 게 무의미하고 시간낭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왜 핵심부터 얘기하지 않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프로세스 자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고 사족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 거라 누가 옳고 그르다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내가 사용하는 대화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통은 자신들도 그런 방식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거나 그런 화법에 적어도 익숙한 사람들이다. 화두를 던지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완성되지 않은 대화를 꺼내면 그걸 완성시키는 걸 즐거워한다. 그 말에 내 생각을 넣을 여유 공간이 주어진 것으로 의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 대화법이 (나에게 조차도) 가장 최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체득한 대화법이 좋다는 생각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대화법은 우리가 끼리끼리 만난다고 하는 친구를 사귈 때에서도 큰 영향을 주는 요소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나와 대화가 잘 맞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것도 더 쉽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더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대화법을 바꿀 수 있다면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대화법을 이해하는 게 정말 중요한 스킬이라는 생각이 살면서 점점 더 크게 느껴지는 건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선 결국 끼리끼리 가 아닌 다른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그건 나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가족일 수도 있고 사업 파트너일 수도 직장 상사나 동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대화라는 인터페이스에 종속되어 생각을 한정 짓지 말고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이해하기 위해서 서로 부딪치는 일은 필연적이고 부딪치면서도 계속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신뢰관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냥 다 됐고 뉴럴 링크가 빨리 개발되어서 아바타처럼 서로 무슨 생각하는지 바로 공유가 되면 좋겠지만 그런 기술이 보편화되고 보급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상대방의 대화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