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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Aug 23. 2020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

메타인지를 높이는 법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아마 경제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세이노의 가르침>이란 책이다. 이 책은 사실 인터넷에 검색하면 600쪽 분량의 원본 PDF를 받아볼 수 있는데, 출판한 책이 아니라 세이노라는 분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쓴 글들을 묶어 낸 것이기 때문에 정제되지 않은 단어들과 욕도 섞여 있다. 나는 카페 운영진이 판매하고 있다는 제본으로 된 책을 따로 구입했다. 600쪽 분량의 책을 PDF로 볼 자신은 없고 원래는 책을 빌려준다고 해서 기다릴까 하다가 추천을 해줄 때 레이 달리오의 <원칙>과 비슷한데 더 솔직하고 적나라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책을 사기로 했다.

 

최근에 나는 메타인지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시작은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인간의 본성에 의해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였는데, 간단히 말하면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자신이 뛰어난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적어도 어떤 분야에서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있다. 보통 남들이 보기에는 전혀 아닌데 자신이 무언가를 잘한다 착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보통 그런 생각을 한다. '자신도 못난 걸 알 텐데 저렇게 얘기해야 할까?' 그런데 사실은 그런 상황의 대부분의 경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본인이 잘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아가 너무 강해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재수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자신이 모르는 게 있으면 모른다고 인정을 한다.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받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해보다 깨우친 "난 내가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가장 현명하다"라고 말한 내용의 의미가 바로 이 효과를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내용이지 않나 싶다.

지식은 이렇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매트릭스는 반듯한 네모에 같은 비율로 나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비율로 따지자면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영역이 제일 크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사실은 이렇다, 사실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점에 가깝겠지만


다행히 이 모르는 것을 모르는 영역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메타인지 능력을 높이는 것인데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즉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노벨상 수상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유대인들의 공부방법 '하브루타'가 대표적인 메타인지를 향상하는 공부법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의 능력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IQ인데 IQ는 타고난 것으로 살면서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가 메타인지인데, 메타인지는 살면서 훈련을 통해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세이노의 책 이야길 하다 메타인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가 책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나의 부족함을 일깨우는 데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메타인지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계속해서 내가 모르는 것을 배워나가는 것이 있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 질문과 비교를 통해 깨우치는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직접 경험하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을 때 최선의 대안이자 어쩌면 경험보다 더 구체적으로 배울 수도 있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나를 때려 부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같은 의미로 봐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채사장의 <열한 계단>이란 책의 콘셉트가 좋은데 그가 살아오면서 그를 깨우치게 한 불편한 책을 하나의 계단으로 표현해 쓴 것이다. 그는 스스로 정체하지 않고 더 성장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편한' 책을 권한다.


세이노의 책은 공격적이고 여과 없이 감정을 건드리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직설적이고 3자의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일대일로 조언을 받는 입장이 되어서 혼나기도 하고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없었는지 더 직관적으로 회고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약간 충격요법 같다. 사실 나는 이렇게 직설적인 문체의 글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조금 더 충격적이긴 했다.


성인이 되고 교육과정에서 벗어나면서 혼나면서 배울 수 있는 일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성장은 멈추는 건지도 모른다. 몸은 다 컸어도 우리는 계속 성장해야 하는데 말이다.


물론 혼나는 방식으로 충격을 받는 것이 나의 사각지대를 깨우치기에 직관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늘 내가 무언가를 잘못 알거나 모를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인 수양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실천적인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다.


더닝 크루거 효과가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길.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준다.

https://youtu.be/pOLmD_WVY-E



참고 문헌

더닝-크루거 효과, https://nesslabs.com/dunning-kruger-effect

소크라테스 이야기, https://namu.wiki/w/%EC%9A%B0%EB%A6%AC%EB%8A%94%20%EB%AA%A8%EB%A5%B8%EB%8B%A4%EB%8A%94%20%EA%B2%83%EC%9D%84%20%EC%95%8C%EC%95%98%EB%8B%A4

채사장, <열한 계단>

서상훈, 유현심, <메타인지 공부법>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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