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
최근에 사용자의 로그를 분석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티너리를 처음 설치한 사람들 중 3일 차부터 루틴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사실 말이다.
단순히 첫날에 삭제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앱이 사람들이 원하고 바랬던 목적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써보려고 했는데 지속하여 쓰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강력한 동기와 행동을 제공해주지 못함을 의미했다. 그동안 리뷰의 긍정적인 면들만 보면서 잘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실제로 변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반면에 꾸준히 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발견했다. 한 달 이상 루틴을 유지한 사용자들 중에서도 계속해서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2달, 3달, 4달 심지어 5달 이상 루틴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3일차부터 30일차사이 사용자에 비해 비해 꽤 많았다. (5달 전이면 아주 초기의 루티너리 유저인데 이 점이 내겐 또 다른 놀라움이었다)
칩 히스의 <스위치>를 보면 밝은 점을 찾아 그걸 적용해보라고 말한다. 밝은 점이라는 것은 루틴을 잘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왜 어떻게 그렇게 루틴을 유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포인트를 알아내란 것이다. 그걸 알고 나면 지속하지 못했던 사용자들에게도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쉽게 보여줄 수 있다. 그냥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가 여전히 의지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다) 의외로 루틴을 유지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쉬울 수도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스위치>에 나온 베트남 빈곤층의 영양실조 해결 프로젝트에 대한 사례가 있는데 같은 동네에서 다른 또래들에 비해 건강한 아이들의 부모가 한 방식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그 지역의 영양실조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식은 절대량은 같되 단순히 식사를 주는 횟수를 늘리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차이였다.)
그래서 일단은 잘 유지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 기간 동안 루틴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 경험으로 느꼈던 루틴을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루틴 하는 것을 도와주지 않거나 내가 그 시간에 루틴이 있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지 않았을 때였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먼저 사람들이 알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자기만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도 주변에 하나 둘 알린 이후로 밤 11시가 되면 루틴을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제 그만 루틴 하러 가'하고 말해준다. 그럴 때면 주변 사람들이 내 삶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울 때 그렇다. 그런 경우에 타협을 하고 시간을 맞추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그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게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특이하게 선택받은 소수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환경이나 조건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할 수 있게 말이다. 나는 루틴이 주도적인 삶에 필수적이란 생각을 한다. 루틴이 어떻게 주도적인 삶과 관련이 있냐고 묻는다면, 의지라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지'는 한정되어 있고 중요한 곳에 써야 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의지를 불필요하게 사소한 일에 소모하지 않고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것들을 끝낸다면 남은 시간 동안 정말 중요한 곳에 의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사람들은 "여유가 생겼다" "삶이 정돈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다 할 수 있었다."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누군가에게 "오늘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다 했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