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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15. 2019

한 사람의 피드백이 주는 영향

혹시 영어로 지원할 계획은 없나요?

혹시 영어로 지원할 계획은 없나요?

저번 주쯤에 어떤 외국인으로부터 문의 메일을 받았다. 올초에 올렸던 앱의 문의 연락처를 보고 연락을 준 것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런 앱을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드디어 찾았네요. 혹시 영어로 지원할 계획이 없나요?' 이런 얘기였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영어는 거의 없고 죄다 한글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 서비스를 찾았고, 어떻게 의도를 알아서 사용해보기까지 했을까? 한편으로 이런 적극성에 감탄을 하면서 나는 그 관심의 대상을 만들었다는 데 묘한 감동을 받았다. 직업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나도 적지 않게 새로운 서비스 동향을 살피고 신선하다 싶은 서비스를 써보는 걸 마다하지 않는데 이 정도의 열정으로 찾아다녔다면 뭘 해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의 메일 덕분에 올려놓고 신경 쓰지도 못했던 앱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여러모로 메일을 준 게 고마웠다. 자신이 만들어 낸 건 자기 자식 같다고들 하는데 앱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직접 만든 서비스 나름마다 만들기 전 고민의 시간부터 완성시켜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들였던 마음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내버려 두는 게 마음이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면 막상 건드리기 어려운 기분이 들어 주저하고 있었는데 한 사람에게서 받은 피드백 덕분에 이번 주에 이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처음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둘 다 배포를 했을 때 사실 첫 반응이 그래도 있었던 건 아이폰이었다. 안드로이드는 앱이 워낙 많이 있다 보니까 웬만한 키워드로 노출조차 되지 않았다. 원래 홍보를 했어야 하지만 당시에 다른 일들이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고 디벨롭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놀랍게도 연락을 주신 분은 안드로이드 유저였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같은 닉네임으로 댓글이 달려 있어서 알았다) 알고 보니 그 사이 여러 명의 (이라 쓰고 사실 몇 명밖에 안되지만 아마도 한번 설치했다가 그냥 지워버린 사람들을 포함해) 사용자들이 언어 지원이 되지 않는데 실망을 표하고 있었다. 어떤 분은 아무래도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라고 유쾌하게 말해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언어 지원이 안되니 설치하지 마세요'라고 다른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리뷰도 있었고 나머지는 지원이 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기능 자체보다 언어 지원이 안 되는 문제로 평점 테러를 받고 있었다.

어찌 됐건 내 새끼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굿모닝 한 아침 습관을 만드는 것

우리가 만든 앱은 '굿모닝'이라는 앱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앱스토어에서는 몇 칸 내려가다 보면 보이는데 플레이스토어에서는 '굿모닝 (띄우고) 아침 습관'이라고 검색해야 나온다. 기능이 많지는 않고 디자인이 귀여운 앱이다.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이 앱을 만들기까지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동료가 잘 맞는 코드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습관'이란 키워드이다. 둘 다 좋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데 집착하는 면이 있고 서로 새로 알게 된 방법이나 시도해봤더니 좋았던 것들을 공유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도 습관을 쉽게 만드는 법이나 어떤 행동을 습관화해야 하는지 등 이런 주제로 많이 대화를 틈틈이 했었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아침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어쩌면 성공한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자신의 뜻대로 살아온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자신의 것이 되기 위해 습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모습을 습관화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일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면서 나온 게 '굿모닝'이었다.


'굿모닝'이 습관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해결책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만약 습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서비스가 있다. Fabulous라는 서비스인데 습관이나 행동에 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듀크 대학에서 만든 앱이다. 정말 좋다. 


우리가 굿모닝을 만들면서 원했던 모습은 매일 아침 정해놓은 습관들을 굳이 되돌아보지 않아도 시간 확인을 하지 않아도 한 습관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 줄 수 있는 작은 넛지를 주는 것이었다.  


결론

앱이 업데이트되었다. 영어 버전을 추가했고, 몇 가지 기능도 추가하고 현재 시각으로 안드로이드는 아직 업데이트가 완전히 배포되지 않았지만 다음 주 초에는 전부 업데이트된 버전이 이다. 메일을 보내준 분에게도 답장을 보냈다. 당신 덕분에 앱을 업데이트하기로 결정했다고. 업데이트되고 난 후 기뻐하며 쓸 한 명이 기대된다.

문득 최근에 <마션>을 다시 보면서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비행사이자 식물학자인 마크가 이런 얘길 했던 게 생각난다. 

"어디서든 농작물을 재배하면 그곳을 점령한 것이라고 하던데요. 즉 엄밀히 말해 (technically) 나는 화성을 정복한 거죠."


항상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내보고 싶었는데 세계적인 사람들이 (몇 명밖에 안되지만) 우리가 만든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technically 나는 글로벌 서비스 개발자가 된 거라고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고 나서

굿모닝 검색해봐도 안 나와서 궁금해 미치겠다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링크를 남깁니다. :)

안드로이드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alt.goodmorning

아이폰 https://apps.apple.com/kr/app/%EA%B5%BF%EB%AA%A8%EB%8B%9D/id145048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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