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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6. 학교선택과 인종차별집단 KKK

붕어빵틀 벗어나기 프로젝트

by dadada

확실하게 최종적으로 합격 연락이 온 학교들은 세 곳이었다. 그중 한 곳은 University of Virginia였는데 덕분에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재밌기도 하면서 좀 씁쓸하고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서 학교를 선택할 때 대부분이 학생들이 인종차별을 생각하면서 학교를 고르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아직도 한국은 다인종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잘하게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국은 모두가 알다싶히 유명한 다인종 사회이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선택할 때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합격레터를 받은 그날 아침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뉴스를 틀었었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뉴스를 보고 있는데 웬걸 갑자기 미국의 인종차별 집단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KKK라는 집단이 전날 집회를 했단다. 그리고 사람 한 명을 다치게 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근데 그 장소가 Charlottesville 이란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장소 이름 자체가 익숙했다. 분명 버지니아 대학교가 있는 장소였던 거 같은데… 하면서 검색 보니 맞았다.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 군대를 붙었지만 아직 그때는 워싱턴 대학교의 합격레터를 못 받은 상황이었고 이미 붙은 다른 학교는 순위가 버지니아보다 훨씬 낮은 곳이어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인종차별 집단이 집회하는 학교에 가자니 무서웠다.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한참 일을 하던 중 메일함을 뒤져봤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워싱턴 대학교의 이름을 검색했다.


근데 웬걸! 아직 읽지 않은 새로운 메일이 와있는 것 아닌가 그것도 버지니아 대학에서 메일을 보내기 5분에서 10분 전에 메일이 와있었다. 버지니아의 합격메일에 정신이 팔려서 아침에 못 본 것이었다.


합격메일이었다.


일하다 말고 신나서 밖으로 나가서 오두방정을 떨고 다시 들어왔다.


버지니아 대학교는 그냥 안 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시애틀에는 아는 사람도 있고 서부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해서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다음날 합격수락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버지니아에 거절 메일을 보냈다. 사실 그냥 다른 학교에 붙어서 거길 가게 됐다고 하고 말면 되는데 나는 정말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침에 합격메일을 보내고 행복했던 순간 그렇지만 KKK에 대한 뉴스를 봤던 이야기를 구구절절 메일에 포함해서 결과적으로는 인종차별이 무서워서 학교에 못 갈 것 같다고 보냈다.


며칠뒤에 버지니아 대학교 담당교수가 상담사를 붙여줄 테니 상담사와 얘기해 보겠느냐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마음이 돌아선 뒤였다. 그렇게 버지니아 대학교는 대기순번자에게 합격을 넘겼다.


그렇게 나는 워싱턴 대학교를 가게 되었다.


훗날 남편과 남편 친구들과 얘기를 하면서 이 에피소드를 얘기해 줬더니 다들 깔깔대면서 웃더라. 정말 그렇게 솔직하게 썼냐면서. 나는 정말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그럼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냐고 물었다. 신나게 웃던 친구들은 잘못한 거는 아니고 오히려 내가 외국인이라서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단지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렇게 직설적으로 인종차별이 무서워서 못 간다는 말은 보통 안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솔직하게 이유를 말해준 것이고 오히려 그런 솔직한 피드백이 학교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새삼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일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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