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틀 벗어나기 프로젝트
처음 시작한 것은 유학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나열하는 것이었다.
아빠를 따라서 미국에 다녀온 경험만 있을 뿐 유학에 필요한 것들은 아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주변에 유학을 간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유학의 경험이 있다고 해 봤자 다들 교환학생으로 몇 달간 다녀온 정도였지 아예 석사나 박사를 준비해서 가는 경우는 주변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백지에 하나하나 계획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구글에 반나절 정도 검색을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학교 별로 원서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조금씩 다 다르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원서를 지원할 수 있는 시기가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수능을 보고 그 점수를 가지고 각각 학교에 원서를 넣는 것과 같은 구조였다. 그러나 한국 정시 원서 지원 시기가 거의 다 비슷했던 것과 달리 미국의 대학원 지원은 대학원이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원래 미국의 시스템이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지원 시기가 10월부터 다음 해인 3월까지 넓은 기간 분포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지원하는 학교들의 원서 지원 기간을 알아보고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곳에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검색하기 시작했던 것은 내가 지원하고 싶은 학교들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미국의 학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학교를 선택하는 기준과는 좀 다른 조건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가장 궁금한 세 가지 질문을 토대로 학교를 선정했다.
1. 어느 지역에서 공부하고 싶은가?
2. 몇순위 학교까지가 마지노선인지?
3. 학비는 어느 정도가 괜찮은지?
가장 먼저 고려했던 부분은 어느 지역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가였다. 미국은 매우 거대한 나라다. 50개의 주가 존재하며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는 대한민국의 4배의 크기를 자랑할 정도로 크다. 심지어 내가 사는 시애틀에서 뉴욕을 가려면 비행기를 타고 5~6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때문에 한 나라 안에 시차가 존재하기도 한다. 심지어 주별로 날씨도 다 다르다. 예를 들면 미국 동북부는 한국과 같이 사계절을 가지고 있지만 서부의 경우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다. 플로리다 같은 곳은 사계절 내내 따뜻하기도 하다. 이런 차이는 사람들이 사는 문화에도 영향을 준다. 주 별로 법도 다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를 집합시켜 놓은 것 같다. 따라서 어떤 지역에서 공부를 하느냐는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어떤 문화에 영향을 받게 될지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렸을 때 미국 중부에 있는 미주리주라는 곳에서 산 경험이 있다. 이 곳은 미국에서도 상당히 시골로 여겨지는 지역인데 이때 당시 미국 동부와 남부를 여행한 적이 있어 어른이 되어 다시 미국에 가게 되면 서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무엇보다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서부의 느긋하고 평화로운 문화가 너무도 좋아 보였다. 빨리빨리 의 경쟁적인 한국 문화에 지쳐가고 있었던 터라 서부에서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에는 미국 대학의 순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구글에 검색을 한 결과 미국 학교 순위를 고려할 때는 U.S.News가 상당히 공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이중 랭킹 50위 안에 드는 학교만 지원을 해야겠다 생각 했는데 그 이유는 일단 미국이 50개의 주로 이뤄져 있기도 했고 주 하나가 대한민국만 하거나 대한민국보다 더 크기 때문에 못해도 그 주의 1등 대학인 flagship university에 들어가게 된다면 주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키우기 위한 펀딩도 많이 받을 것이고 그것이 결국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대와 고대중 적어도 한곳과 자매결연이 된 학교를 지원하기도 했다. 혹시 몰라 필요하다면 한국에서 수업을 듣고 학점을 채울 수 있도록 말이다.
학비까지 고려하고 나니 주립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주립대학교도 비싸긴 했기만 사립대학교의 학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학부를 나오지 않은 내가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는데 나중에 학교를 다니면서 박사생들의 말을 들어본 결과 사립대학교들이 학비는 비싸지만 그만큼 돈이 많기 때문에 장학을 훨씬 더 많이 더 많은 수의 학생들에게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오히려 주립대보다 사립대에 쌩으로 들어가서 장학금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라고 하더라.
가고 싶은 학교의 목록을 정리하고 각 학교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알아보니 준비해야 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것들이 있었다.
1. TOEFL 점수
2. GRE 점수
3. Statement of Purpose
4. Curriculum vitae
5. Personal History of Statement
특히 1~4번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요구를 하는 것들이었고 5번과 같은 경우는 특정 학교에서 학생들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선택적으로 첨부를 할 수 있도록 한 추가 에세이였다.
일단 토플 점수 같은 경우 점수를 이미 받아두었고 점수의 유효기간도 충분히 남아있었다. 남은 건 2,3,4 5번이었는데 2번과 같은 경우는 수능과 비슷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4번은 간단하게 말하면 대학원용 이력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GRE란 Graduate Record Examination의 약자로 대학원을 입학하기 위해 보는 시험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보는 수능과 같이 시험을 보고 점수를 내서 대학원 지원 시에 점수를 제출하게 된다. 학교별로 요구하는 점수가 각기 다르며 어떤 학교들은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기도 했는데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다 GRE 점수를 요구했다.
GRE는 Verbal Reasoning, Quantitative Reasoning, 그리고 Analytical Writing 섹션이 존재한다. 혼자서 공부를 해보려고 GRE prep 책을 미국에서 직구해서 봤지만 도무지 혼자서 다 준비하기에는 시험의 형식 자체가 너무 생소했다. 결국 빠르게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원 등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유학원을 등록하고 유학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제은행과 스터디를 통해서 빠르게 점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준비 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GRE 시험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유학원을 1달 만이라도 다니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수능과 달리 GRE는 점수를 제출하기 전까지 여러 번 시험을 보고 그중에 가장 좋은 점수를 제출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나는 모든 것이 삼세판인 여자기 때문에 딱 세 번 시험을 보았고 그중 가장 괜찮은 점수를 학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