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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란 무엇일까?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by dadada

인생을 산지도 어언 30 몇 년, 강산이 3번이나 바뀌었으니 이쯤 되면 감정 기복을 다루는 고수가 돼 있어야 할 거 같은데 감정을 다루는 것은 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항상 어렵기만 하다.



고등학교 때 공부할 때는 감정이 없는 로봇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감정이 없이 그냥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만 행동하는 로봇이 되면 목표 달성이 더 수월해질 것만 같았다. 물론 태어나기를 인간인지라 그것은 불가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대학원 유학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당시에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목표만을 위해서 살았더니 취직 후에는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그러다 문득 감정 기복이 사실 인간이 진화하면서 필요에 의해서 남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하게 되었다(물론 감정 기복이 너무 지나치고 심하면 bipolar disorder과 같은 병명이 붙기도 하지만). 왜 불안이라는 감정이 옛날에 인간이 사냥하던 시절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 발달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것처럼 모든 감정 기복이 사실 필요에 의해서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지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검색해 봤다. 감정 기복이 주는 이점이 뭐가 있을까 하고..



1. 진화 과정에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발달시킨 기능

인간이 새로운 환경에서 위협을 인식하고 그 환경에 적응하고자 발달시킨 기능이라고 한다. 주변의 위협이 있을 때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잘했을 때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감정 기복이 발달했다고 한다.



2. 자신의 상태에 대한 신호

요즘 들어 무기력에 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기력은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내적인 에너지가 고갈이 났을 때 감정이 우리에게 '제발 좀 쉬어‘ 라는 신호라고 한다. 이처럼 감정은 인간의 현재 상태에 대한 지표라고 한다.



3. 사회적 적응에 필요함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고 타인과 어울리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적인 것이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그리고 내가 기분이 왜 나빴는지를 판단하고 상대방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자기 인식 향상이나 공감능력 향상 그리고 창의적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이렇게 읽고 보니 감정적으로 기복이 딱히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정말 좋은 기능인데 우리가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더욱 힘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찾아보니, 우리는 정말 감정에 대한 나쁜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감정을 억누르려고만 하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개개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는 않은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감정에만 너무 충실하고 감정에만 따른 행동과 결정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감정을 무조건 억누를 것이 아니라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이 호소하는 목소리에 따라서 우리 스스로를 달래 가며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말해서 감정에만 호소하지도 그렇다고 감정을 너무 억누를 필요도 없이 상황에 따라서 감정에 따르기도 하고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이 들 때는 잘 달래서 최대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본인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인가 싶다.



너무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고 외면하다 보니 스트레스 해소가 되지를 않고 이에 따라 각종 병을 달고 살기도 하며 어쩌면 이에 따라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서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회가 형성되었는지도 모른다.



힘들어도 아닌 척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 모두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고 서로 그걸 다독여 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우리가 모두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잘 달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다음 레벨로 도약할 수 있게 하는 핵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가끔 열정이 넘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어린 친구들을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는 말로 폄하하는 모습을 본다. 철이 든다기보다 실상은 열정적으로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다가 사회에 의해 좌절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모두가 무기력해진 것일 수도 있는데, 아직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을 철이 들지 않았다는 프레임에 씌워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위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감정적으로 너그러워지면 좋겠다. 그러면 모두들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요즘엔 다들 날이 서 있는 거 같아서 숨이 막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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