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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4. SOP, 영어로 에세이 쓰기

붕어빵틀 벗어나기 프로젝트

by dadada

사실 한국에서 초중고 다 나오고 대학교까지 나온 사람이면 미국 대학원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Statement of Purpose(SOP) 쓰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었지만 SOP를 쓰는데 도움이 되는 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있어 봤자 2년이었고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런 전문적인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SOP를 쓰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본인이 미래에 하고자 하는 연구를 잘 설명할 줄 알아야 하며 이를 논리 정연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논술을 배운 친구들이라면 조금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주입식 객관식 선택형 교육만 받아본 내 입장에서 영어로 연구계획서를 쓰는 것이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한국말로 연구계획서를 쓰라고 해도 어려울 것 같은데 영어로 연구계획서를 쓰라고 하니 막막하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연구라니… 뭔가 좀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만 할 것 같고 막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래서 연구 계획서를 쓴다는 것 자체가 뭔가 무섭고 아득했었다.


그래서 유학원의 도움을 한 번 더 받기로 했다. 유학원에 돈을 내면 SOP 첨삭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쓰느니 첨삭을 받으면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 과정에서는 유학원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생략할 만한 과정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유학원에 돈을 내고 첨삭을 받은 것을 꼽을 것이다. 유학원의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에세이를 쓰신 분들도 많겠지만 나의 경험은 조금 다르다.


에세이를 쓸 당시 나는 미국 학부와 대학원을 합격한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수필집을 구매했었다. 유학원에 첨삭을 부탁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첨삭을 해주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과연 미국 사람들의 관점에 맞는 에세이에 도움이 되는 첨삭을 해줄 수 있을까?라는 불신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가 경험한 바로 미국교육에서 중요시하는 것과 한국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이 매우 달랐다.


수필집을 읽고 난 후 한국유학원에서 받은 첨삭과 미국인들이 쓴 합격 에세이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했다. 유학원에서 써준 것들은 여태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또는 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이룬 것들을 쭉 나열하는 방식이었다. 이러이러한 활동을 했고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할 것이라는 참 담백한 형식의 글이었다. 반면에 수필집에서 읽은 글들은 하나의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있었다. 어떤 글은 일기를 쓰는 것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했고 어떤 글은 처음부터 훅을 넣어서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형식을 사용했다. 본인이 무얼 했는지에 대한 단순 나열이 아닌 본인이 경험했던 특정 일화를 사용해서 그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고 이 연구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 한국 유학원 특징: 한국 사람들은 본인의 이력을 나열하는 것을 좋아한다.

- 합격 샘플 에세이: 왜 특정 연구를 하기로 결심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본인의 삶의 경험과 연결 지어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전자는 본인이 과거에 논문을 이미 많이 썼고 특출 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방식이지만 연구에 대한 본인의 열정을 어필하는 것에는 후자가 더 알맞아 보였다. 나의 경우 연구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후자의 방식이 나한테는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대한민국의 사범대를 졸업한 학생 중 연구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을까? 사범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생이라면 연구의 연 자도 본 적이 없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가 과거에 대학원을 지원해 보고 붙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 몰라 내가 잘 못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유학원 첨삭 버전을 몇몇 학교에 시험용으로 제출하기는 했다.


결과적으로는 내 예상이 맞았다. 유학원 첨삭 버전으로 지원했던 학교는 다 떨어졌다. 가고 싶은 학교 중 내 순위에서 가장 낮은 학교들이었지만 그래도 불합격 메시지를 받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다.


지원한 9곳 중 합격 메시지를 받은 곳은 총 4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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