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14켤레의 구두
새로운 사람들이 부서에 왔다.
새로 온 분들을 환영하는 차원에서 치맥을 하기로 했다. 약속을 취소한다.
어디서 오셨는지, 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물어본다.
납득할만한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현 부서원들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이름, 나이, 결혼여부, 입사일, 경력여부, mbti 등등.
술잔을 기울이며 분위기가 짙어진다.
술이 취할수록 평소 하지 못 했던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낸다.
이럴 때 꼭 취기를 빌려 짖궂은 농담을 던진다.
평소에 일하면서 아쉬웠던 점, 마음에 안 들었던 것들 모두 쏟아낸다.
짖궂은 농담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다. 웃으며 센스있게 받아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일종의 인사평가다. 나는 너를 평소에 이렇게 생각해. 잘 하자. 너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거야.
그리고 마무리한다. 다 농담인 거 알지? 마음에 담아두는 거 아니지?
억지로 웃지만 그 말조차도 쓰라리다. 꼭 그랬어야만 속이 후련했나.
1,2차를 끝내고 카페로 3차를 간다.
앞으로 잘 해보자는 부서장님의 훈화말씀이 이어진다.
집에 가고 싶어 눈을 내려 사람들의 구두를 쳐다본다.
14켤레의 검정 구두가 눈에 들어온다.
이 중 몇 켤레가 남고 몇 켤레가 없어질까.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검정구두가 사라지고 각양각생의 신발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별의별 생각이 떠오른다.
훈화말씀이 끝난다. 박수를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야간근무가 끝났다.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어폰을 끼고 막차에 몸을 싣는다.
지금 가면 몇시에 도착해서 몇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