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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 Sep 18. 2022

연애의 목적 Purpose Of Love (2005)

단평



   박해일는 강혜정에게 거의 초면부터 성적인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그리고 강혜정은 그 것에 대해 겉으로는 싫어하는 듯 보이지만 은근히 피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남자, 여자 모두 관계에 있어서 애매한 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남자도 연인이 있지만 결혼한 사이는 아니고.. 여자는 결혼 준비 중에 있고.. 그렇기에 불륜 영화처럼 관계적인 탈피에서 오는 쾌락과 그 끝의 절망감 대신 오히려 현실적인 남녀의 사랑을 말한다. 안나 카레니나도 그렇고 헤어질결심도 그렇고 대부분의 불륜이 파국을 맞이하는 반면, 이 서사는 주인공들의 관계 설정은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크게 규탄받지 않는 선에서 그들 벌인 일탈의  결말이 흥미로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영화의 주제를 치유라고 한다. 상처받고 사회적으로 어려워진 남녀가 결국은 다시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내 생각엔 단순히 치유라기 보단 외로운 인간에겐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타인에 대한 목적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목적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목적을 가진다는 건 어쩔 수가 없다.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목적이 얼마나 절실한 것이 냐 라는 것이다.  지적인 대화만이 목적이거나 취미가 같아서 라는 단순한 이유라면, 서로를 이어주었던 그 목적의 힘은 금방 상실하고 만다.

 그런 측면에서 강혜정과 박해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한 목적이 부합되는 존재로 나아가게 된 다는 것이 이 영화의 결말이다. 그녀는 무기력했던 삶에 생기를 찾았고, 박해일은 사랑하는 그녀를 다시 만났으니까. 그래서 이 영화는 오히려 현실적이다. 이 영화에서 주는 현실성이 상처많은 우리에게 사랑하고 싶은 용기를 들게 만든다. 사랑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허무주의 결론에서 벗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사랑해야 하는 목적을 절실히 떠올려보세요.. 라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그렇기에 박해일이 보이는 소위 집적대는 모습들이 어색해보이지가 않는다.


사실 그게 우리가 가장 받고 싶은 관심이고,

사랑이지 않은가.


강혜정이 보이는 소극적이고 상처많은 모습이 대부분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박해일의 적극성에서

알게 모르게 흥분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박해일은 이 영화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고, 현실에서도 이렇게 적극성을 (반드시 성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님) 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이 냉소적인 시대에 신이 아닐까...  (물론 내면은 무조건 진중해야 합니다. 겉만 그러는 건 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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