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이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들려 마치 블라인드의 나무로 된 살들에 부딪혀 비벼 대는 것 같다. 마치 사람들이 방 안을 가로질러 가는 것처럼 들린다. 나는 그런 소리 속에서, 그런 발소리 속에서 그의 몸을 애무한다. 바다, 그 광대한 바다가 모였다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것 같다."
연인이란 영화의 원작 소설 중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감명받았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도 나온다. 첫 관계 후, 무슨 생각 하느냐는 양가휘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한다. "sea." 영화만을 볼 때는 그저 지나칠만한 대사였다. 그러나 책을 통해 들여다 본 그녀의 서사 덕분에 그들의 사랑이 단순히 부유한 남자와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연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독신자의 방은 그들의 유일한 은신처이자 그 어느 곳보다 의미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양가휘는 첫 섹스를 두려워했지만 그녀의 대담함으로 인해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간다. 나는 그것이 마치 유약한 나비가 거대한 바다로 흔쾌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보여서 가슴이 뛰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양가휘도 그것에 동참한다. 그녀가 넓고도 자유로운 사랑의 바다로 빠져들도록. 바깥에는 행인들의 목소리, 즉 현실이 존재하지만 독신자의 방에서 만큼은 내면이 사랑으로 인해 완전하도록.
그러나 그녀는 성관계를 돈을 얻어내어 자신이 가진 가난과 수치심을 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양가휘의 뜨겁고 자유로운 사랑이 그녀를 끝까지 살아가게 만든 것이라 나는 믿는다.
바다위에 배 안에서 흘러나오던 쇼팽의 왈츠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얼굴 보고 그 믿음이 들었다. 양가휘의 사랑이 그녀를 드디어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그녀는 약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담담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가난과 수치심에 대한 상처는 아물었다. 눈물로 인해 마음속에 막연히 존재하던 슬픔이 실재적으로 그녀를 전부 덮었다. 자신을 창녀라 기고만장하게 언급하던 그녀는 눈물로 패배함으로 인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행인들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들려오고 바다가 아련히 떠오르는 그 열정적인 사랑의 흔적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