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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Nov 10. 2022

The reader 2008  

단상

  


   최근에 책 읽어주는 남자, 더리더를 읽으면서 한동안 계속 생각했었다. 소년 마이클이 법정에 서게 된 그녀가 자신이 문맹이라는걸 끝까지 숨기기 위해 종신형을 감수하는 것을 보면서 오직 자신만이 아는 그녀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알려서라도 그녀가 그 형벌만큼은 피하게 하는게 사랑인지 아니면 자존심 굳은 그녀의 결의를 끝까지 따라주어야 하는 것인지. 영화 속에선 이런 고민들이 세세하게 그려져있지 않다. 전개가 빠르고 감정적이다. 판결이 내려진 그 순간 소년이 흘린 눈물에 이미 이러한 고민은 없었다. 오직 애타는 사랑 뿐이었다. 그리고 수감된 그녀를 만나러 가나 다시 되돌아 가는 장면에서 느껴진 애증. 소설을 읽고 있으니 장면속에 내포되어 있던 그의 내면을 보는 듯 하다. 무엇이 사랑이냐. 조금 감상적으로 얘기하자면 결국 사랑이란건 그녀가 어디에 있든 그녀의 편에 서는 것이기에. 어떠한 선택을 했건간에 끝까지 애정과 증오가 섞인 마음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정말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어쨌건 타인들이 그녀에게 덮어씌운 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보편적 사실이냐 서로간에 비밀이냐 이것의 문제다. 다수가 만들어놓은 세계는 한 개인에게 잔인해질 수 밖에 없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이의 의지와 수치 비밀마저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려 한다. 사랑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나 때로는 그러다가 사랑이 치명적으로 상처를 입는다. 분명 사랑을 위한 선택을 했고 결과는 나아졌으나 공허하다. 그 이유는 영혼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인의 사랑과 사회는 어우러져 있는 듯 해도 그 안에는 실은 복잡한 비밀로 얽혀져 있다. 사랑이 사회와 보편의 힘에 의해 진다는 것에 의미는 여기서 유추될 수 있다.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되는 순간 사랑 또한 빛을 잃는다는 것. 그래서 남들이 비현실적이라 하는 사랑은 사실 지극히 현실적이다. 위태롭고 때로는 외부에 지는 듯 하면서도 끝까지 지켜내려 하기에. 그래서 마이클은 사랑 때문에 그녀와 함께 고통의 길을 택한 것이다...


05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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