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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Nov 21. 2022

영원과 하루 (1998)

기억에 남는 영화 속 장면


영원과 하루 속 한 장면.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시인인 알렉산더 혼자 답답한 검은 옷을 입고 있고, 다른 이들은 화이트 계열의 시원해 보이는 여름옷이다. 이는 알렉산더가 단어에 보이는 애착과 더불어, 과거에 가족들 챙기지 못했던 죄책감, 그리고 무엇보다 알렉산더라는 인물이 벗어날 수 없는 본연의 고독한 자아를 드러낸다.


안나는 활달하고 사랑스러운 여름의 여자다. 알렉산더가 춤을 추는 것을 싫어하고 늘 혼자 있기를 원해서, 서로가 너무도 다른 탓에 그에게 때론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결국엔 사랑하고, 끊임없이 그리워하다가 생을 떠났다.


이창동의 시에서 진정 시를 쓴 이는 양미자 밖에 없듯이, 이 영화에서도 시를 제대로 쓰고 떠난 사람은 일평생 단어를 수집하는 데에 생을 바친 알렉산더가 아니라 안나다.


자신을 온전히 놓아버리고, 몰락의 시간에 영혼의 끝까지 태울 때 그 순간 진정한 시가 찾아온다.


다른 이들이 돈으로 피해자의 부모를 매수하려 했을 때, 오직 양미자만이 자진해서 성추행한 손자를 경찰서에 보내버리는 몰락을 택하고, 손자 때문에 죽은 소녀를 향해 자신의 마음을 끝까지 바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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