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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Dec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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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부터였다.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펜을 잡고 글을 쓰다 보니... 쓰여진 글이 시였다. 시의 제목은 '여름'이었다. 그 전에는 주구장창 비평만 했다. 스물세살 때 소설 창작이 해보고 싶어서 문예지에서 만든 글쓰기 창작 모임에도 나갔었는데, 소설보단 나의 비평이 훨씬 반응이 좋았다. 내가 소설을 비평 해주면 거기서 영감을 얻어간다고 많이들 좋아해줬다. 그러니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서 하는 것보다 그것을 분석하고 다시 새롭게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에 훨씬 흥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 늘 그런 신념이 있었다. 문학의 정점은 무조건 비평이라고...  편협한 사상이라 비난받을 지라도 난 이 편협함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그것은 비평이 작품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시는 자신의 머릿 속 관념이나 경험, 정보 수집을 토대로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평은 그 작품에서 이제껏 나타나지 못 했던 어떤 가능성이나 새로운 해석, 의미를 도출해내는 일이다. 작가의 의도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작가와 작품을 압도하는 해석이 가장 훌륭한 해석이다. 그 압도성이 가지는 가치는 작품에 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기에 나는 감히 비평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남들이 들으면 헛소리라 할 만한 얘기를 종종 하고 다녔다...


그것은 이런 느낌이다. 스피커에서 화음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파편처럼 흩어져 무한한 빛깔을 지니듯이 작품을 해석할 때면 그 흩어진 빛깔에서 솟아나는 어떤 새로운 생명력을 느끼는 기분... 그래서 카프카 소설에 나오는 정교하게 작동하는 처형기계처럼 글을 쓰는 일을 멈출 수가 없나 보다. 그냥 나란 사람은 그렇게 태어난 기분이다..


로제와인. 마시고 쓰고 또 마시고...
다시 보고 싶어서
멍든 것 같이 나온 내 오른쪽 눈

그냥...  크리스마스 이브에 글 쓰다가

혼자 취해서 옛 생각이 나서 주저리 주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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