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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Feb 20. 2023

강압적인 현실

Aphorism

당장 다가올 월요일이 두렵다. 신체적으로도 무척 버겁지만, 생각보다 내가 해야할 일이 꽤나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여서, 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센과 치히로에 등장하는 그 어린 소녀가 된 기분이다. 부모 따라서 여행 갔다가 새로운 미지의 세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부모는 먹을 것을 탐하다가 돼지가 되어 잡혀가고,  소녀는 그 곳에서 감당하기 힘든 무서운 노동을 하게 된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실수하면 무조건 큰일난다.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 될 수가 없다, 절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처음이고 나의 능력치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동일한 상황을 두고, 이것이야말로 비루한 현실이라 하겠으나 나는 오히려 반대다. 나에게 정말 이런 일이? 오히려 이 무서운 현실이 잠도 안 올 만큼 두려우니까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삶이, 현실이 나를 강압적으로 제압하는 느낌이다. 센은 그 불길하고 끔찍한 여정을 마치고 부모와 조우한다. 돼지가 된 부모를, 다른 돼지들 사이에서 맞춰보라고 그 세계 사람들이 지시할 때, 그녀는 한치의 틀림없이 부모를 알아본다. 분명 작품에서 시사하려는 바는 인간이 고난의 시기를 겪고 나면, 지혜를 얻는다는 메세지를 담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센이 틀리기를 바랬다. 인간이 그토록 감당키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나면 실제 삶에선 영혼이 썩어버린다. 부모조차 보고 싶지 않을 것이고 그저 이 세상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모든 일에 공명정대한 센의 맑고 순수한 마음이 애처롭기에, 나는 더욱 더 그런 반항심이 들었다. 돼지가 된 부모는 알아서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반대로 자식도 부모에게서 태어난 순간부터 가능한 한 빨리 독립된 개체로 자라나야 한다. 부모든 자식이든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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