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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pr 07. 2023

마스크 키스

소설


갑자기 그의 눈동자가 묘하게 전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담배 연기는 우리의 코와 입, 이마를 지나 머리 위까지 올라가더니 금새 사라졌다. 어색함을 느낀 나는 모면하기 위해 앙칼진 말투로 물었다.


"좀 피곤하세요?"


그랬더니 그 남자는


"네, 제가 다른 인간들에 비해 뒤떨어진 인간이 된 기분이에요."  


나는 그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피던 담배를 버렸다. 그리고 냉담한 손짓으로 마스크를 썼다. 그의 몸짓은 분명 침착했지만 나는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왠지 냉담함에 감춰진 대담함이 존재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을 느꼈다.

우리가 잠시 나온 사이, 치킨집에 다른 일행들은 술을 마시며 웃고 있는 것이 창문으로 보였다. 그런데 내가 창문을 바라보는 순간 남자는 팔을 벌려서 나를 안더니 마스크를 입은 채로 내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치킨집에선 우리의 이 갑작스런 이상한 애정행각은 전혀 의식치 않은 채 명랑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키스를 마치고 남자는 말했다.


"죄송해요. 술을 마시다보니 떠나간 애인이 자꾸만 떠오르는데 눈앞엔 당신이 있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우린 늘 가슴 속으론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면서도 눈 앞에 유희를 물리칠 수가 없어요. 나도 그런 내 자신이 싫어요. 미안합니다... "


"마스크를 쓰고 키스하신 건 양심의 가책에서 우러난 당신만의 대책이었겠군요. 괜찮아요... "


"고마워요. 당신이라면 받아줄 것 같았어요."


그때는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21년도 봄이었다.

바이러스 얘기로 뉴스는 떠들썩 했으나 그 날 겨울이 가시지 않은 초저녁 바람은 부드럽고 쾌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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