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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ul 12. 2023

7월12일

Aphorism



사랑에 대한 충동은 너무도 독해서 다치거나 속이 쓰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그 충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상처가 늘 두렵기 때문에. 그러나 거기에서 벗어난다고 한들 자유롭지는 못 하다. 영혼이 없는 육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기요틴의 칼날에 스스로 몸을 갖다 바치는 것 처럼, 너무 깨끗하고 깔끔한 절망을 생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그것은 언제나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고 순결을 지키는 인간처럼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경건함을 몸소 실천하는 기분이다.


 나에게 존재하는 여성으로서의 존재감, 침대에서 남자의 온기를 갈망하고, 그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같은 영화를 보면서 사유하고 싶은 이 소망은, 허무를 늘 가르치려드는 세월 앞에서 무뎌진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타락했다. 나의 존재를 투신하는 곳이 사유의 세계가 아니라 현실이 허락한 조그마한 타협의 세계일 뿐이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는 커녕, 잠이 들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새벽에 깨면 홍수처럼 공허감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못 읽은 책들이 식탁위에 놓여있다.
 이해와 사랑, 이 두 가지만이 전부인 세상에 살아보고 싶다고 말해본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이미 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끔찍한 일인지. 언제나 마음과 정신으로 인생을 칼날처럼 검토해보는 예리함이 없다면 지루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남들의 귀엔 어쩌면 피아노를 멋대로 쾅쾅 두들기는 값어치 없는 소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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