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M YI NA
Jul 14. 2023
난파선
임이나
낡은 난파선 하나가 부스러기처럼 밀려와 있다
떠날 수 없이 남겨져 버린 시간과 눈물
창백한 가을 빛 먼지는 차가워진
머나먼 바람으로 날아가버리고
나는 비석처럼 우두커니 남겨진 난파선 앞에서
안개처럼 떠오르는 당신의 부푼 숨결을
떠올려본다
얼음 같았던 당신의 자아
눈을 감은 바다에게 등대는 어두운 생애를
비추는 한 마디 말
약에 취한 듯 피로한 바다의 피부로
파도가 힘겹게 떠오른다
나는 한 번의 키스로 바다의 조각상을
무너뜨려 버리고
녹이 슬어버린 그림자는
공허한 군중의 소리가 들리는
난파선 속으로 침잠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