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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Jul 17. 2023

물의 꿈

Aphorism





아득한 검은 그림자같은 물새 떼가 바다 위를 스쳐 지나간다. 균형을 잃지 않은 바다는 낯이 익는 절규를 한다. 마치 전쟁이 끝난 뒤에 빈 터처럼 어두운 새벽의 깊은 정적... 죽은 새의 깃털처럼 공허한 눈발이 아름답게 흩날린다. 그리고 조화처럼 새하얀 눈은 차례 차례 온기없는 바다에 녹아사라져 버린다. 가냘프게 계속 불어오는 겨울의 바람...  시간을 가져오는 태양은 나타날 기미를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저멀리 짙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 빛과 열의 침묵만이 그리운 옛 꿈처럼 희미하게 비치고 있다.


 어머니가 꾸신 나의 태몽은 어둡고 드넓은 바다에 눈이 내리는데, 눈이 계속 녹아 없어져 버리고. 멀리서 어두운 새떼가 날아가는 꿈이었다고 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엄마의 그 짧은 태몽 이야기를 들으며, 수없이 나의 머릿 속에 형상화 시켜왔다. 겪고 떠나보내는 계절이 되풀이 될수록, 나의 상상 속 태몽의 그림은 정교해져갔다.


 그리고 인생의 흔적은 태몽을 증명해가고 있다. 서른 살이 되니 조금 더 명징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07 1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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