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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ug 19. 2023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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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은 가로등을 닮았다고 예전에 나를 짝사랑한 사람이 그랬다. 그러면서 나를 보면 가로등같고 , 우리 둘은 닮은 것 같다 하였다. 동의할 수 없었다. 가로등처럼 우뚝 선 정적인 존재라 하기에 스무살의 나는 내적으로 일그러진 방황을 일삼고 있었다. 늘 무엇인지 모를 삶이 무거웠다. 가로등. 그는 외로워보여도 평온해 보이지 않은가. 나와는 다르게 너무도. 밤의 공허는 그의 것이다. 나처럼 무작정 방황하며 골목 골목 길을 걷는 사람이나 일이 끝나고 허무해진 몸을 이끌고 지하 자취방으로 들어가본 이는 알 것이다. 그 일상적 빛을 내는 주황색 전구란, 얼마나 찬란하게 외로운 성채였는지.


"저, 그런데... 당신은 너무 싱거워요"


깎지 않아 턱 언저리에 짧게 난 수염을 쓸며 씁쓸하게 그는 웃었다.


"실패했군요."


'실패'라는 단어에 안도했다. 그건 그가 나와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의미니까.그의 싱거운 평온에서 나는 견디기 힘든 건조를 느끼리라 이미 짐작하고 있던 것이리.


"너무 도덕적이구요, 너무 정적이구요, 아니 무엇보다 너무.. 재미가 없어요."


러자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저는요. 당신이 무섭습니다."


그 순간, 그와 나 사이에 떠돌던 허공에 공허가 언뜻 언뜻 보이더니, 마침내 숱하게 잦아들었다... 찬란했다 그것들은. 그리고 오랫동안 신나게 뛰놀았다.


10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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