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YI NA Aug 20. 2023

Tony Takitani 2004

비평



하루키는 언제나 같은 철학을 배경으로 한다.
텅빈 허무함마저 느끼지 못하는, 말그대로 상실의 공간.
이상하게도 그렇게 감정의 채색마저 다 비워낸 이야기가 우리에게 너무도 낭만적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낭만에는 양극이  있는데 배경· 분위기를 즐기는 것과 내용·사건을 즐기는 것. 이 영화 중에 '아무 이유없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분위기로서의 낭만은 아이러니하게도 보편적이면서도 사적이다.
그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당대의 사물들, 진부할 큼 익숙한 전형들. 생명이 없는 그 관용적 보편체들 사이에서 우리는 왜그리 사적이고 은밀한 감정의 유에 빠지는지...


하지만 이 작품은 조금 서투르다. 토니 타키타니는 모든걸 상실했다고 말하고 싶었겠지만 결국 그 분위기로서의 낭만, 그 은밀한 사적 낭만에 취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서술자의 자기 오해에서 비롯된 과장된 허무의 포즈가 멋져보이던 시대도 있었다는게 오늘의 우리에겐 또 하나의 전범으로서 낭만을 자극한다.


작가의 이전글 10월 4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