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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ug 12. 2023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7

비평


원수를 사랑하는 비현실적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환상적 영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 했던 여자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억지 웃음으로 스스로를 위장했다. 여자는 고립되는 내면을 계속 은폐해야만 했다. 서사 흐름 상, 고등학교 교사가 된 여자가 제자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고, 교직 생활을 그만두게 된 후부터 본격적인 혐오스런 삶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어릴 적부터 이미 혐오스런 삶을 이어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에게 사랑 받기 위해 교사라는 직업을 택했지만, 그만두게 되니 아버지와 갈등이 생기고 집을 나가게 된다. 가출한 뒤, 그녀는 남자들에게 얻어 맞기도 하고, 살인도 저지른다, 그리고 창녀로서 몸도 팔게 된다. 감옥에 가면서 진실했던 사랑도 상실한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봄 날, 상실한 사랑에 깊은 슬픔도 느껴본다. 온갖 저급한, 죄많은 상황을 온 몸으로 겪어낸다. 그러나 서사는 여자를 극도의 위기와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파국의 상황으로 내몰면서, 인간의 결함있는 내면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바로 위대한 모순이 존재한다. 삶과 자신이 혐오스러워 질수록, 오히려 여자의 존재는 신과 같은 숭고함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점이.

 그리고 마지막에 여자 스스로가 형성해왔던 가면이 비로소 죽음 앞에서 만큼은 소멸한 순간, 어릴 적에 증오했던 죽은 동생과 화해하게 된다. 동생은, 여자가 아버지에게 받지 못 했던 애착이자, 몰락의 근원이다.(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간 존재니까) 원수를 사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 서사는 여자가 그토록 미워했던 동생을 사랑하게 하면서, 사실은 인간 내면엔 원수를 사랑함으로써 자유로워 지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그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거기에 아름다운 로맨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것으로, 질투하고 결함많은 인간의 번민을 대신 해소를 시켜준다.

곧, 죽음 앞에서의 초인적 사랑으로 인해 그녀는 새롭게 부활한다. 죽음이 단순히 생을 마감하는 비애의 현상이 아니라, 불멸의 자유를 누리며 깊은 잠에 빠져드는 진실한 영혼의 메아리로.

p.s


Memories Of Matsuko 라는 영어 제목이 사실 더 좋다.

꼭 혐오스럽다기 보단, 그저 마츠코의 기억이라는

그런 담백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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