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절반은 조금 넘게 지나간 7월이다. 나무 사이 사이마다 숨어서 메아리쳐 증폭되어가는 매미소리도 점차 녹이 슬어간다. 한심하게도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언제나 철저히 하려 해도, 꼭 하나라도 빈 틈이 생긴다. 같이 일하는 그 늙은 여자는 내가 상사 앞에서 민망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 분이 담배를 다 피고 들어오는 때에 맞춰, 나를 질타하고 한 숨을 쉬었다. 이후로 한동안 고개를 제대로 들고 다니질 못 했다. 삶을 향한 어두운 은유들이 내안에 침잠의 영역을 자꾸만 넓혀갔다.
그런데, 그 남자는 머리채를 끌어당기듯이, 터프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밥은 제대로 먹는 거니? 요즘 얼굴이 왜 그러냐"
" 네.. 괜찮아요. 신경쓰지마세요."
어차피 사회생활의 일환으로써 묻는 질문에는 개인의 감정적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간단한 말 한마디면, 대부분의 상황은 깊어질 필요가 없이 종결된다. 그런데 의외로 그 남자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 얼마전에 그 일 때문에 그런거지? "
그 분의 태도는 꽤나 도전적이었다. 그남자는 늙었지만, 매우 늙었지만, 자기 내면안에 존재하는 야생적이고 도전적인 의식으로, 자신에 비해 젊고 폐쇄적인 나의 불신의 영역에 어떻게든 들어가야 겠다는 초조함이 보였다.
" 제 실수였고, 혼날 만한 일에 혼났을 뿐이에요. "
" 내 앞에서 고개 숙이고 다닐 필요없어. 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뭔지 알아? 다른 사람의 감정 앞에서 침착하게 견디는 일이야. 그런 사람이야말로 미덕을 갖춘 사람이지. 나는 오히려 이나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그 어떤 철학도, 형이상학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생의 자유가 묻어나있었다.
나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개 들고 다닐께요. 걱정 끼쳐서 미안했어요..."
그러자, 우울하고 차가웠던 그 남자의 얼굴에서 늦봄처럼 조금은 슬프면서도 환한 웃음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