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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ug 27. 2023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고명재 시 비평, 나는 너를 사랑한다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내가 이 시를 비평하고 싶어진 이유는 제목과 시어들의 이질감 때문이었다. '우리'와 '키스'가 결부지어 되어 지는 순간 떠오르는 심상은 남녀 간에 은밀하고 낭만적인 사랑이다.  그런데 개, 눈, 아이, 소, 뻑뻑한 팔과 같은 시어들이 주는 전원적이고 세련되지 못 한 시어가 해석에 대한 나의 의지를 복 돋았다.


화자는 개와 눈과 아이는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은 순전히 날뛰는 힘이라 말하고 있다. 순전히 날뛰는 힘이란, 무엇인가 상처도 현실도 전혀 모른 채로 오롯이 기쁘고 힘에 찬 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의미한다.


화자는 눈 녹인 물을 내 안에 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눈 녹인 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눈 녹인 물이란, 눈의 가공된 형태를 의미한다. 순전히 날뛰는 강력한 순수 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자신은 여전히 때묻은 영혼이기 때문이고, 순수하지 못 했던 과거에 대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그래서 녹여서 라도 받아들이고 싶다는 것이다.


차갑고 뻑뻑한 팔은 현실에 지친 피로한 육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떠난 개들의 눈 쌓인 그릇이란 무엇일까? 눈이 이미 쌓인 그릇이란, 눈이 그쳤을 때의 상황을 내비친다. 눈은 그치고 순수한 개들은 떠났다. 행복한 순간이 떠난 뒤에 쓸쓸함이 남겨진 것에의 상징이다.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날뛰는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피로한 육신을 일으키고 공허한 현실을 받아들여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소의 농포(피부염)을 나의 환부에 바른다, 그리고 키스한다. 이는 상처에서 상처로의 전이다. 이것은 헌신을 의미한다.

이민자와 손을 잡고, 여기서 이민자의 의미는 저 멀리 떠나가버린 사람이다. 이별한 사람, 다시 볼 수 없는 사람, 아니면 국적이 다르다고 할 정도로 태생적으로, 운명적으로 너무도 다른 우리. 그러나 나는 그런 너의 손을 잡고 싶다.


그리고 감자에 뿔이 나는 소리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뿔이란, 싹인데 감자에 싹이 나 버리면 새로운 생명, 희망의 잉태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독이 있음을 암시한다. 감자싹에는 독 성분이 들어있다. 서로 너무도 다른 우리가 손을 잡고 희망적일지라도, 시련(독)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무거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암묵적 현실에 불구하고 설편(아름다운 눈) 처럼 순수한 사랑을 속삭이고 싶다. 그만큼 나는 너를 사랑한다. 현실을 무시하는 순간적 낭만을 즐기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감자에 싹이 나고 마는 부폐(비극)을 감수하면서도 너를 사랑하고 말겠다는 진지하고 무거운 슬픔이 깃든 낭만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목줄이 훌라후프로 커다래지겠지는, 목줄같은 억압이 풀리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죽은 개들이 다시 혀를 내민다. 그리고 냇물은 아이들이 소리지르며 노는 대표적 유년시절의 공간이다. 냇물이 다시 달리며 순수성의 회복을 말하고 있다.

산맥이 터지고 더덕이 뿌리를 내리고

이 것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음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너의 어둠 속 육상을 바라보다가 어둡고 캄캄한 방문 앞으로 공간이동이 발생한다. 이민자처럼 머나먼 존재에게 다가가려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차가운 감자는 여기서 이미 싹이 나버린 감자를 의미한다. 멀쩡한 감자가 아닌 싹이 나버린 차가운(시련, 현실) 감자를 눈처럼 바름으로써,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극도의 순수한 영혼으로써(눈) 너를 포용하고 싶다는 결연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함부로 더 이상해져야지

나는 이제 사회적 시선, 남들 신경 안 쓰고 나의 본성 그대로 살 것이다. 그만큼 나는 너를 사랑한다...


배꼽은 아주 국소부위라 할 수 있는 은밀한 곳이다.

꽃술 끝이나 만지는 피상적인 낭만이 아니라, 생명이 위협이 갈 수도 있는 위험한 부위를 건드리면서, 나의 육신과 영혼에서 진정한 사랑이 피어나는 기적을 나는 만들고 싶다.

(입이나 귀에서 백합이 마구 피어나면 좋겠다)


지문을 뒤섞으며, 이는 타고난 절대적 태생과 운명까지 융합되어버리거나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너를 사랑한다.

민증이나 국경, 너의 나이가 나이나 국적이 어떻든 꽃처럼(순수) 웃어버려 넘길 수 있다.


발 없는 말, 말없는 귀 란, 언어와 관념으로 서로를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랑에의 상징. 뿔 없는 소, 공격성이 사라진 온건함. 개화전선은 탄산처럼 북으로 넘치고, 이는 꽃이 마구 피어나는 것을 묘사.  화자의 감정 고조를 나타낸다.


눈썹이 새처럼 날아갈까봐 무거운 장화를 신고 너와 입을 맞춘다, 이는 눈썹이 새처럼 날아갈 정도로 기쁘고 행복해서 장화를 신어야 겠다는 로맨스적 위트의 표현이다.


그리고 곧 서로 너무 다른 우리가 키스를 하게 되고,

그 순간 눈을 감은 순간 펼쳐지는 어둠은, 어둠이 아니라

너와 나의 빛나는 미래라는 희망적 결말을 암시한다.

나는 상상한다.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너를. (낯선 이)

그리고 세계는 온다.

날갯짓을 대신하여 여기서 날갯짓이란, 신적이고 환상으로만 멀게만 존재하던 너가 아니라, 함께 무거운 장화를 신고 이 현실을 살아가날 사랑스런 너... 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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