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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Aug 23. 2023

8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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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렵다.


항상 불현듯 텅- 비어버리고 마는 나의 내면이.

그 공동空洞에서 나는 불가피한 마비된 감각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때론 비굴한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어떤 인간

이었는지, 삶의 목표가 어디로 흐르고 있었는지.

세상과 타인, 그리고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형성해놓은 굴레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


이타주의에서 기인한 희생은,

허약해진 정신을 구원해주는 해결책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해체되어가는 자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순간의 망각일 뿐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정교한 절차와 관례를

간단히 치부해버릴 정도로 나는 강하지도 않다. 그러나 강하지는 않지만, 크게 불행한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가난하지도 않다. 그저 전염병처럼 나의 無 와 원죄와 끈질긴 자기보존 본능을 끌어안고 살아갈 뿐이다.


나는 자주 익사한다. 과거와 미래,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불소통과 소통의 사이에서 덮쳐오는 공포스런 해일에 의해...  


그럴 때마다 철학을 찾는다. 금방 쓰러져 버릴 모래성 같은 형이상학이라 할지라도, 자기비판적으로 나 자신을 진단내릴, 시원한 박하향이 나는 합리적 마약을 갈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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