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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Sep 19. 2023

겨울시


겨울시


아무도 살지 않는 칠이 벗겨진 마을

나는 겨울 밤공기가 시려 내내 돌다

버려진 마룻바닥에 스며 잠들었다


앙상한 가지들이

밤새 서로 흩트러지는 사이

희미한 햇볕이 얼어붙은 땅 위를

이방인처럼 활보한다


뭉긋이 누웠던 잠결에

나는 어젯 밤 환각도 다 털어내지 못하고

입김을 피우며 미닫이를 젖혔다


나는 거칠고 궁핍한 길로 나선다

밟아가는 걸음마다

죽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비틀거리며 움츠러들수록

 몸은 예민해져간다


모퉁이를 지나

가장 무표정한 가게로 들어선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서

시린 손을 입김에 녹였다


오래된 탁자 위 긁힌 자국과

녹슨 난로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한때의 새하얀 웃음소리


움츠렸던 우스꽝스런 허리를 펴고

죽음같은 눈 속으로 뛰어든다


09 19 2023

기차안에서 읽고 떠나는 풍경을 바라보고, 영원히 질리지 않는 굴레

비평이 작품 그 자체보다 위대한 이유는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을 작품에서 추출해내기 때문이다. 애매하고 난해하고 대단히 주관적인 것들 조차 좋은 척, 혹은 싫은 척 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비평은. 작품의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는 순간은 비평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비평을 그만둘 수가 없다. 나는 언제나 진실을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문학이야말로, 과학이 입증해내는 객관적 사실을 깨뜨리는 훨씬 깊고 예리한 돌파구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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