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나스타샤와 도스토예프스키

1.자존심 때문에 인간이 어떠한 연극까지도 해보이는지 당신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입니다.

2.내가 그 여자의 호감을 사지 못 하는 이유는 다른 사내들은 다 하는 사탕발림을 못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속임수를 쓰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그것이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여자 자신은 얼마나 떳떳하냐 이 말입니다.

3. 당신은 그 여자를 사랑했나요?

4. 처음에는 사랑했습니다. 그것도 제법 열렬히...  세상엔 흔히 애인으로서만 적합하고 그 밖엔 아무 쓸모도 없는 여자가 있습니다. 물론 그 여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요. 물론 그것은 그 여자 자신의 독특한 사랑이긴 하지만...  '사랑하는 사내를, 사랑하는 만큼 때려주고 싶다' 는 말이 있잖아요. 그 여자는 평생 나를 다이아 잭으로 취급할 겁니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 그 여자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죠? 할 수 없죠, 원래가 그런 성미니까.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y_The Idiot

이 대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은 나스타샤라는 인물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나스타샤라는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순결한 정신적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의 내면의 굶주림을 잔혹하리만큼 표현해낸다. 미시킨 공작은 절대적 선함의 상징이며, 이기주의자, 육욕적 사랑밖에 모르는 로고진은 미시킨공작과 대비되는 악마같은 인물이다.

나스타샤는  정신적 스승으로써 미시킨 공작과 승화되지 못 했다. 그리고 돈과 권력 명예 따윈 아무런 상관없이 자신을 구원해줄 남자를 갈구했던 나스타샤의 고통받았던 영혼은, 육체도 마음도 순결을 찾지 못한 채 좌절한다.

이로써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한다. 사랑이 식은 후에 더한 불행이 찾아오는 운명의 본질에서, 인간적 사랑의 한계를...  이는 이렇게 말해진다.

"신의 연민은 인간의 사랑보다 강렬하다."  

그러나 인간은 이에 쉽게 동조하지 못 한다. 우리는 나스타샤처럼 그리스도적 사랑과 육욕적 인간의 사랑 사이에서 파멸하고 만다. 이는 오히려 인간의 사랑이 도달해야 하는 사랑의 이데아를 오히려 무한히 넓힌다. 무조건적으로 신에게로의 엄격한 귀의를 말하지 않으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고 있는 점에서 이 작품은 위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