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M YI NA
Sep 15. 2023
닭
그의 머리는 불꽃이 솟구친다
그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면서
작열하듯 타오르는 열망을 갖고 포효한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를 닮은 발가락은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대지위를
미끄러지듯이 전진한다
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새벽은
잠복했다가 발기하는 울음소리를 터지게 한다
그게 그에게는 삶의 주제곡을 흥얼거림이었고
나는 옆에서 정말 좋은데! 라며 추임새를
넣어주길 바랐던 것이다 그는
언제부턴가 닭은
고요히 겨울을 닮은 앙상한 발걸음으로
빗장을 잠그고 우리 안으로 은둔해 버렸다
바스러지듯이 쪼아대는
손톱만 한 부리의 허기진 그림자가 드리울 뿐이다
09 15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