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IM YI NA
Dec 28. 2023
제법 날이 추웠던 연말.
사람들은 내게 왜 그렇게 한 숨을 푹푹 쉬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담배를 피고 싶지만, 필 수가 없어서
피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피는 것 처럼 숨을 내뱉는 것 뿐입니다, 라고.
그러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져요.
또, 당신은 왜 그렇게 술을 무분별하게 마십니까, 라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그 이유는...
제 몸은 원체 차갑거든요. 그래서 뜨겁게
데우고 싶어서 마셔요.
그건 내가 나 자신을
광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마셔도 구멍으로
찬 바람이 드나드는 빈 술병처럼
몸이 더 추워지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깨닫습니다.
단지 술이 깨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자발적으로 저지른 이 무고한
추위를 스스로 정당화 시킬 수 밖에 없노라고.
그렇게 엇갈리는 환희와 고통 사이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아세요?
나 자신의 허영과 비굴함을 들여다보게 되요
12 28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