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M YI NA Dec 28. 2023

12월 28일

 



제법 날이 추웠던 연말.

사람들은 내게 왜 그렇게 한 숨을 푹푹 쉬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담배를 피고 싶지만, 필 수가 없어서

피는 기분이라도 느끼고 싶어서

피는 것 처럼 숨을 내뱉는 것 뿐입니다, 라고.

그러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져요.


또, 당신은 왜 그렇게 술을 무분별하게 마십니까, 라는

질문도 종종 듣는다. 그 이유는...


제 몸은 원체 차갑거든요. 그래서 뜨겁게

데우고 싶어서 마셔요.

그건 내가 나 자신을

광적으로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마셔도 구멍으로

찬 바람이 드나드는 빈 술병처럼

몸이 더 추워지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나는 깨닫습니다.

단지 술이 깨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자발적으로 저지른 이 무고한

추위를 스스로 정당화 시킬 수 밖에 없노라고.

그렇게 엇갈리는 환희와 고통 사이에서

무엇이 보이는지 아세요?

나 자신의 허영과 비굴함을 들여다보게 되요


12 28 2023


작가의 이전글 12월 25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