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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Dec 25. 2023

12월 25일

 

12월 11일에 어떤 작가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내가 안나 카레니나를 왜 좋아하는지. 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 안나와 레빈의 인물 대치를 통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그 근원적인 물음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망갈 곳 없는 사랑의 파멸 끝에서 희망과 절망은 교차하며 인간의 영혼을 쿡쿡 찌르는 고통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동치는 자신의 심장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비극을 처절히 나타낸다. 그로인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영원한 고독과 침묵임을 이 소설은 간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이 삶의 전부라고 결론짓지 않는다. 그 와중에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다. 이성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는 차가운 생존 경쟁일 뿐이라고 이 소설은 말한다.

레빈은 괴로운 자기 분열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정신력을 신에게로 바치며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결국 무한한 시간과 물질 속에 물거품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삶의 잔인한 조소를 신의 영혼을 느끼며 살아가리라는 진리로 이겨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신에 대한 믿음마저 저버리는 강렬한 힘은 인간의 사랑이다. 신의 존재를 능가하는 그 진리를 안나라는 인물을 통해 말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죽어있는 인간의 참된 영혼을 일으키게 하는 무한한 힘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리. "


감사합니다.


12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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