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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 YI NA Mar 11. 2024

고생을 많이 한 시기가 소중한 법

  


코스타리카 라스 라하스

말린 자두, 무화과,라즈베리, 다크초콜릿

무화과란 키워드를 보고 선택한 핸드 드립.

처음 향 부터 촉감, 그리고 끝 맛까지 한잔의 예술을 맛 본 느낌. 근래에 마셨던 커피 중에 가장 맛있었다.


아침에 어나자마자 카페에 왔다.

이 카페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자주 오던 곳이었다.

작년 11월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부터 아마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주변 인간관계에 급 변동이 왔고, 나란 사람에 대해서 조금씩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귀중한 시기였다.


그만큼 힘든 일도 많았다.

몸살이 나서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일을 계속 해야했다.

여기에 다 쓸 수는 없겠지만, 이래저래 힘든일이 많았다.

그래도 그만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절실히 얻을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몇 년 동안 해야 할 고생치를 한꺼번에 몰아서 했다는 느낌도 있다. 해일이 확 몰아쳐서 지나가고 나니, 영롱한 햇빛이 내리쬐는 그런 느낌이랄까ᆢ


그때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준 책이 슈테판츠바이크의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 였다. 일을 계속 하느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주말에도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내야했기에 머릿 속에 다른 인문학적 소양을 주입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도 아예 아무것도 안 읽고는 참을 수가 없기에 그 책이라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일하러 가기 30분전에 카페에 들러서 읽거나, 일하는 도중에 시간이 남으면 다른 사람들이 수다를 떨 때 나는 이 책에 몰입했다.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지친 상태로 침대에 누워서 손에 쥐고 읽다가 잠이 들곤 했다.


그렇게 해서 그 소설만 3번을 정독했다. 그 책에서 느낀 페르디난도의 혁명정신과 그의 절망이 나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남아서, 아주 가끔씩 그 정신의 흔적에 울적해지곤 한다.


과거의 가난했던 모습은 아예 잊어버린 채, 부귀한 나날에 취해버린 크리스티네의 모습이 마치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사람들에게 갑자기 인정받으며 전에는 느껴보지 못 한 자존감을 느끼기 시작한 나의 모습과도 상응한다고 느꼈다.


고생은 고생대로, 정말 많이 했고 정신 못 차리고 슬픈 나날도 있었지만, 나는 사실 작년 11월 그 연말의 시기가 나에게 매우 귀중하고 기억에 남는다ᆢ


그 추운 겨울 날, 츠바이크의 소설로 괴로운 마음을 달래가며 고생의 시기를 견뎠던 그 날들이 나는 지금까지의 삶 중에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다. 앞으로 어떤 나날이 펼쳐질지 알 수는 없지만 ᆢ



오늘 단톡방에서 나눴던 대화.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


돈 걱정이 먼저 든다면 아직은 아이를 낳을 준비가 안 된 것이다. 현실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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