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에 회한을 품지 말 것, 사랑했던 그 순간 태초로 돌아간 듯한 신비스러운, 순수한 감정을 영원히 마음속으로 되내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부족함이 없는 삶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주인공 남자는 중성적인 존재, 즉 여자도 남자도 아닌 신에 근접한 예술적 영혼을 가진 자에서 나스첸카를 사랑하게 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재 사이를 오간다. 마지막 결말에서 마치 처음부터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듯, 나스첸카의 뻔뻔스러운 태도에도 그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으리라는 돈키호테 정신을 발휘한다. 거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남자가 나스첸카를 사랑하는 인간적 존재에서, 결국 다시 공상에 미친 중성적 존재로 변신하면서 마무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도스토예프스키는 단순히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수용하라는 단순무식한 긍정적 메세지가 아닌, 한낱 인간의 사랑이나 감정보다도 더 질기고 강한 것은 물질적, 세속적 삶에 반기를 드는 "돈키호테의 정신" 이자 "삶의 배후에 존재하는 공상" 임이 말해지고 있는 것이다.
07 13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