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게오르크에게 친구 하나가 있었다. 그 친구도 러시아로 떠나서 사업을 시작했는데 폐업 해버리고 독신자의 삶을 고수 해나가는 친구였다. 게오르크에게 그 친구는 꽤 특별했던 것 같다. 그가 가끔씩 떠오르는 쓸모없는 생각이나 두서없이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편지를 적어서 보내는 사이였던 것이다. 그 친구는 게오르크의 글을 읽고 상상을 하는 것에 만족해했다.
한편 게오르크의 연인은 그것을 싫어했다. 게오르크와 약혼한 사이인 만큼 그의 친구에 대해서는 다 알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녀는 친구를 결혼식에 부르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자신의 결혼을 고백하는 건 독신자에게 예의가 아니라며 그녀를 설득시키려 한다. 독신자에게 연민을 품어주기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에 그녀는 갑자기 극단적으로 변한다. 그러한 친구를 둔 당신은 약혼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고작 친구 하나 부르지 못 한다고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러시아에 몰락한 채로 독신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란, 게오르크의 가장 때묻지 않은 순수한 문학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광적으로 사랑했던 카프카는 그 비밀스러움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으나 여성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나 게오르크는 여자(펠리체바우어)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결국 친구에게 알리기로 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종의 타협이다. 그 비밀스런 문학도 유지하고 결혼 생활도 해보려 하는 시도. 서사에도 이렇게 쓰여있다. 그래, 친구는 사실 꽤 괜찮게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그리고 아버지에게 가서 이를 알린다. 자신의 친구에게 약혼 사실을 알리겠노라고.
아버지는 이 소설 속에서 유독 위협적이고 이상한 존재로 등장한다. 아버지 빼고는 그 누구도 이상스러울 것이 없다. 게오르크, 게오르크의 연인, 친구... 아버지는 어두운 상태를 좋아하는 분이셔서 일부러 불을 꺼놓고 혼자 있기도 하고, 몸 관리를 제대로 안 하셔서 커다란 덩치에 비해 허약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지는건, 게오르크(카프카)에게 매우 공격적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사실 아버지외에 다른 인물들은 평면적인데 이 소설에선 게오르크 보다도 아버지의 존재가 가장 불같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버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게오르크 그 자신이다. 게오르크는 사실 영원히 문학을 독신자처럼 곁에 두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여자에게 그 비밀을 침해 당하고 싶지 않은 강한 본능을 아버지라는 상상의 인물로 창조해낸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소설이 주는 가장 충격적인 점이다. 이 남자는 이기적이었다. 편지로만 서신하면서 여자를 곁에 두고, 글도 창작하고 싶었던 건데, 결국 현실과 사람은 그것을 가만두지 않는다. (펠리체 바우어와 실제로 거의 편지로 교신했다고 한다)그에 대한 증거로 아버지가 그에게 화를 낸다. 넌 이기적이었어. 어린아이같았어. 이것은 게오르크, 즉 카프카가 그 자신에게 내는 화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동시에 여자(펠리체바우어)에게 보내는 미안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매우 요상스런 점 또 하나는 알고보니 러시아에 있는 그 친구와 동업을 했다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아버지란 사실 카프카 그 자신인 것이고, 나는 사실 생각보다 나의 비밀스런 꿈에 근접해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카프카가 펠리체 바우에게 바쳤던 소설이다. 한 마디로 나는 사실 괴상하고 이기적이고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내보이는 격정적 존재감처럼 글쓰기에 대한 욕망은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이라는 고백. 그러나 늘 꿈의 배후엔 현실이 존재한다. 현실은 참을 수 없이 조열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익사하기를 선고한 것이다. 행복한 사랑을 해줄 수 없는 이기심과 고집에 대해 그 스스로도 죄의식을 느끼고 있으니까. 꿈 자체는 순수할지라도 꿈에 대한 집착은 사실 잔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