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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Oct 31. 2022

축의금: 관계를 재단하는 척도와 그 민감함

대체 그게 뭐라고

   결혼 후 몇 년이 지났을 즈음, 한 친구가 꼭 내게 저녁식사를 사주고 싶다고 했다. 대학 교양수업에서 만나 지금까지 연이 이어진 친구는 나와는 달리 차분한 스타일이었지만, 나와 죽이 잘 맞는 친구였다.


   나는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날 생각과 프랑스식 가정식을 먹을 생각에 들떠있었다. 친구와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던 도중, 친구가 내게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장부에 기록이 있었음에도 나는 친구가 축의금을 내지 않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고 별생각 없이 지냈다. 기록이 잘못된 거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데다 시간을 내서 결혼식에 와준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웠으니까.

   집안 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져 가장 노릇을 하게 되었던 친구는 축의금을 낼 돈이 없어 결혼식장에서 사연 있는 사람처럼 엉엉 울었다 했다. 그래서 꼭 형편이 좋아지면 내게 맛있는 식사를 사겠다고 다짐했단다.


  만약 내가 그 장부로 내 친구를 평가했다면 어땠을까?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축의금 문화가 싫어졌다. 그리고 축의금 장부가 불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게 뭐라고 내 소중한 친구를 속상하게 한담.


나는 얼마를 했는데, 누구는 얼마를 해서 섭섭하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종종 축의금 문제로 친구와 트러블을 겪곤 한다.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등  말이 오간다. 그리고 결혼식 때 축의금으로 사람이 걸러진다고들 한다.


난 내가 장부를 보고 친구와의 관계를 재단하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돈 계산에 무지한 것이 오히려 친구와의 관계를 지켜주었다.

  사람들은 형편이 어려워지면 남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피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기쁜  자리해준 친구에게 감사했다. 안타까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며,  마음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헤아려졌다. 결혼식에 들떠있느라 친구의 상황도 살피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도 몰려들었다. 난 우정의 크기를 결코 축의금으로 재단할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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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고운 내 친구는 해외에서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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