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입덧이라고? 임신의 쓴맛을 보다.
논문 작성 체질이네
다행히 난 이렇다 할 입덧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속이 울렁거리지 않아 입덧이 없는 좋은 임신 체질이자 논문 체질이라 생각했다. 변기통을 붙들고 지낼 필요가 없는 것은 다행 아닌가. 하지만 어느새 평소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증상들이 찾아왔다. 입덧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그런 천운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난 그 어떤 것도 입에 댈 수 없었다. 속이 울렁거려서가 아니었다. 무엇이든 입에 대면 쓴 맛이 났다. 처음엔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케밥을 사다 주었는데, 고기에서 탄맛이 나는 것을 넘어서 쓴맛이 났다. 하지만 남편은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 후로 무엇을 먹어도 입에서 쓴맛이 느껴졌다.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단 것을 찾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마저 사카린을 입에 털어 넣은 것 마냥 지나치게 달았다. 미각이 완전히 고장 난 것 같았다. 이와 같은 증상을 찾아보니 흔치 않은 입덧 증상 중 하나로 '쓴덧'이라 했다.
'쓴덧'은 논문 작성 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도무지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그래서 임신했음에도 살이 찌기는커녕 살이 쭉쭉 빠져만 갔다. 임신 중에 논문을 쓸 시간이 있었지만 식욕을 잃은 삶은 피폐했고 난 이내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논문 작성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