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과 입덧의 시작
이것도 입덧이라고?
임신체질이라 생각했던 것은 내 오만이었다. 대부분 입덧이라 하면 '우엑'하면서 화장실에 달려가 구토를 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하는데, 입덧의 세계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토덧, 먹덧, 냄새덧, 양치덧, 침덧, 체덧, 그리고 나의 경우엔 '쓴덧'이었다. 손에 닿으면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의 손처럼, 내 혓바닥은 모든 음식을 쓴맛, 타는 맛으로 바꾸는 마이너스의 혀 같았다. 심지어 그 어떤 냄새가 나지 않는 먹방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쓰디쓴 침이 돌았다. 특히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고 심지어 고기 굽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임신 기간에 살이 찌지 않아 좋은 체질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내 삶의 질은 순식간에 떨어졌다.
사실 쓴덧은 논문에 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오후 6시쯤 되면 몰려오는 열감과 두통, 그리고 안구통증이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마치 머릿속에 용암이 끓듯 서서히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갑자기 더운 바람이 몸 안에 훅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고, 순식간에 열이 38돌까지 올랐다. 그쯤 두통이 몰려왔고 동시에 눈알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지긋이 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밤중에 지속됐다.
문서를 보고 논문을 쓰는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통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박사과정의 최대 변수였다. 마음먹은 일이라면 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온 나날들이 있기에 이번에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깟 호르몬쯤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호르몬과의 전쟁에서 완패했고, 밤마다 베개가 흠뻑 젖을 정도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것 또한 내 나름대로의 생존이었다. 눈물을 흘리면 눈의 열감이 해소됐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 작성한 논문을 보낼 때 늘 나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태연하게 메일을 작성해 보냈는데, 메일을 받은 교수님께서는 종종 전화로 내 컨디션을 물어보셨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내가 포기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셨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늘 거짓말을 했다.
"아니요, 아무렇지 않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