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지 않도록 쉬어갑니다
2019년 겨울 하늘길이 막힌 뒤 2023년 6월
3년 6개월 만에 휴양여행을 떠나게 됐다.
19년부터 “남들이 놀 때 절대 지켜볼 수 없다”라는 농담 섞인 말로 그저 풀액셀을 밟은 것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가속도가 붙어 앞으로 더 나아가길 바랐지만 몸도 마음도 정신도 지칠 대로 내 안의 모든 연료를 소진해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다.
사실 이 모든 건 성격 탓이다. 난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을 인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그렇게 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기에(느낀다 믿었기에) 쉬는 시간은 퇴보하는 시간 같고 나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든달까.
사실 작년쯤 “이 모든 게 끝나면 쉴 거야”, “지긋지긋한 이 바닥을 떠날 거야 “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나는 아직 이 바닥에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며 왠지 모를 여유로움에 불안해하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
2-3시 취침 7시 기상이 반복되던 어느 날 코끝에서 타는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찰이 심해져 타기 시작한 고무 타이어가 된 것처럼 온몸에 지글지글 열감이 식지 않았다. 몸 안에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는 것처럼 내 생활과 몸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부서지기 전에 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