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미봇의 패턴지옥
사실 여행도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 남편이 주도적으로 일정을 계획하고 나와의 조율을 거쳤는데, 남편도 나와 똑같은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자 일개미봇인지라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계획했다.
이것은 휴양인가 훈련인가.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생산활동을 하지 않고 장소만 바뀌었을 뿐, 평소대로 계획에 따른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일상과 여행에서의 계획 사이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여행에서의 계획이 더 느슨할 거라 예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여행을 위한 계획이 더욱 철두철미했으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일상에서보다 더 격렬히
뚝딱거리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위치만 바뀌었을 뿐, 동일한 패턴을 다른 나라에서 반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