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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여행자 Jul 14. 2019

관광객이기에 놓치고 있던 것들

반려견의 보호자로서 본 피렌체

  

피렌체의 일몰은 정말 아름답다. 특히 베키오 다리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마치 멈춰버린 한 장면처럼 기억되는 황금빛 다리. 숨이 멎을 듯 한 색감을 뿜어내는 이 금빛 도시를 보며 아인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저 예쁜 눈으로 내가 보는 노을을 같은 모습으로 바라보고 기억할까? 지금 이 순간을 끝으로 당분간 피렌체와의 마지막 저녁일 것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반려견 아인이와 이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사실 피렌체에 다시 와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이곳에 여행을 온 적이 있었는데 시간에 쫓긴 나머지 유명 관광지만 서둘러 둘러본 뒤 피렌체를 떠나야 했다. 골목골목을 살펴보고 싶었고 특히나 베키오 다리 근처 골목을 속속들이 거닐고 싶었지만, 더 걸어보지 못하고 서둘러 돌아가야 했다. 피렌체에서 잠시 관광하며 크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쉬움이 크게 남았는지 정말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꿈에서 이따금씩 베키오 다리에서 이어지는 거리가 펼쳐지곤 했다. 하지만 꿈에서도 그곳을 더 구경하지 못하고 꿈에서 깨곤 했다.


 이번 여행까지만 해도 예술의 도시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고만 있었을 뿐, 피렌체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동안 여행하면서도 실감하지 못했었다. 꿈에 나온 거리를 너무나도 다시 걸어보고 싶어 이곳에 왔고, 관광객으로서의 발걸음이 아닌 아인이의 발걸음을 따라 피렌체 도심과 외곽을 구석구석 거닐다 보니 관광 안내 책자 이상의, 그리고 꿈에서 본 그 이상의 풍경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인이를 통해 깨닫게 된 피렌체 문화와 사람들은 도시 전체를 따스하고 아름답게 감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인이와 함께하게 된 것이 행운이었던 것일까? 피렌체를 단순히 관광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반려견의 눈높이에서 보고 걷고 듣고 오감을 열어두다 보니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가 아주 조금 더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아인이와 함께 본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베키오 다리의 모습과 그때 몰려왔던 뭉클한 감정을 잊지 못할 것이다.

     

 

금빛 도시에 다시 돌아올 거야. 그렇지 아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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