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여행자 Jul 14. 2019

뜻밖의 트레킹

친퀘테레 절벽 앞에서

‘으악! 내가 이걸 왜 했지?!’

     

아인이는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뒤돌아보다가 귀를 젖힌 채 앞으로 총총 뛰어갔다. 그러고는 잠시 멈춰 나의 컨디션을 살피는 듯 뒤를 돌아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힘든 나머지 두번다시 산행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멈춰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리니 바다와 마을이 어우러진 모습이 보였다. 파란 하늘과 수평선 그리고 멀리 보이는 마을과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꽃들 그리고 내 옆에 묵묵히 서서 미소 짓고 있는 아인이. 그 모든 것을 아인이와 함께 보기 위해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만 같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인아 우리가 이 풍경을 함께 보기 위해 이탈리아에 온 거구나”

     

 

트레킹 코스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코닐리아에서 베르나짜까지는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다. 예상하지 못했던 격한 산행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칠 때 쯤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소리가 들렸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때마다 어디선가 향기가 났는데 그 향기에 기분이 퍽이나 좋아졌다. 바닷바람이라 하면 비릿한 냄새가 떠오르곤 했는데, 달콤하고 향긋했다. ‘바닷바람도 향긋할 수 있구나’. 후각이 민감한 아인이도 이리저리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냄새를 맡으며 산행을 즐겼다. 사실 나는 산행이 익숙지 않아 트래킹을 시작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산행에 대한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트래킹코스 중간 중간에 숨을 돌리기 위해 멈춰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니 그 생각은 씻은 듯 잊혔다. 짊어지고 있던 다른 걱정거리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졌다. 근육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전경이었다. 힘이 들 때면 잠시 바위에 앉아 목을 축이며 바다를 바라보면 됐다.

     

살면서 처음으로 난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에 감사했다.

     



친퀘테레 해안선 지도
산행을 하며 본 마을 전경






작가의 이전글 맛의 도시 볼로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