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름이가 호텔에 가던 날

조금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너에게

by 임걱정

날름아,


너를 처음으로 호텔링 맡겼던 건

네가 오고 아마 그해 겨울쯤이었을 거야.


내가 2주 정도 여행을 가게 되면서였지.


아침, 저녁으로 물을 뿌려줘야 하고

이틀에 한 번은 밥도 챙겨줘야 하니까

집에 그냥 두고 갈 수는 없더라.


그래서 집 근처 파충류 샵에 연락해서

호텔링을 맡기게 됐어.


도마뱀도 맡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작은 통에 옮겨서 데려가는 길에

차가 조금만 흔들려도

놀라서 꼬리라도 자를까 봐

계속 신경이 쓰였어.


샵에 도착해서

너를 맡기려고 하는데


내 이름이랑 연락처,

먹이 종류만 물어보고

네 이름은 안 물어보더라.


그게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


나가려다가

괜히 한 번 뒤돌아봤는데


그때 너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발이 잘 안 떨어지더라.


도마뱀은 주인을 몰라본다고 하잖아.


근데 그날은,

어쩌면 알아보는 건가 싶기도 했지.


그래도

‘집에 혼자 두는 것보다는

여기가 더 낫겠지..‘

라고 합리화(?)했어.


그렇게 두고 나왔어.


여행 내내

가끔 네 생각이 났어.


잘 있나,

괜히 놀라진 않았을까.


나도 몰랐는데


같이 지내는 동안

생각보다 정이 많이 들었나 봐.


아직도 너를 호텔에 보냈을 때면,

찍어둔 사진을 찾아보고

빨리 돌아와서 너를 찾으러 가는

누나 마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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