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늙은 고양이
2023년 11월 20일의 일기
나의 14살 고양이 똥냥이가 아프다.
잠을 많이 자고 물은 가끔 먹고 사료는 일절 먹지 않는다.
구르밍도 하고 기지개도 켜지만 한번 자리 잡은 곳에서 내내 잠만 잘 뿐이다.
병원에서는 나이에 비해 수치는 좋은 편이라고 했다.
다만 노환으로 인해 장에 염증이 보이고 콩팥 한쪽에 불순물이 보인단다.
원인을 물으니 그저 ‘노환’이라고만 하셨다.
고양이 나이 14살.
그럴 수 있는 나이다.
2년 전 또 다른 고양이인 세원이가 아플 때 병원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살지 못할 거다’라는 말을 들은 충격이 커서인지
똥냥이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내내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그래도 시한부라던가 수술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병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세원이 일을 겪지 않았다면 이 결과 또한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워 패닉이었겠지만
세원이 일 이후로는 언제나 우리들 사이에 ‘죽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아, 그저 시간이 흘렀구나’하는 생각만 하며 머리를 차갑게 유지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약을 먹이는 것도 강급을 하는 것도 안쓰럽고 망설였는데 이제는 환묘 케어 2년 차라
성깔 있는 똥냥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단 약을 먹이고 경과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전혀 밥을 먹지 않으니 걱정이 되어 강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캔을 물과 함께 갈아 주사기로 강급을 하다 턱이고 옷에 질질 흘려 포기했다.
그냥 사료를 갈아 물과 함께 작게 사료환을 만들어 주니 더 먹이기가 편해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강급을 할 것 같다.
주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아직은 ‘죽음’을 인정 못하겠다고 한다. 자신의 친구가 떠나면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슬프긴 하지만….
혹시나 내 친구가 세상을 떠나도 ‘오기로 했던 그 순간이 지금 온 거구나’ 생각할 것 같다.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병치레 하나 없이 나이를 먹었다. 그것도 이 작은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가족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파 속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을 수 있다.
집 고양이로 사람과 함께 살면서 따뜻하게 자고 시원하게 자며 배부르게 먹고 마셨다.
사랑도 받고 애정도 받고 건강도 받으며.
남들은 헤어지고 나면 그렇게 후회되는 일만 있다는데..
나는 너를 만나 행복했고, 너도 나를 만나 행복했을 거라고
감히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괜찮다.
그리고 네가 떠나도 너를 그리워하면 가끔은 울겠지만 그 후에는 추억으로 행복하겠지.
괜찮다.
나는 이 녀석도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내 곁에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내일이라도 아니면 바로 지금이라도
전화로 누군가의 부고를 받을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시니컬한가. 하지만 나는 꽤나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든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존재는 없다.
가족도 친구도 반려동물도
연이 닿으면 그리고 누군가의 삶이 다하면 우리는 언제고 헤어진다.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슬프지, 그립겠지, 울기도 하겠지.
그런데 그저 인정할 뿐이다. 그리고 있을 때 잘하는 거다. 함께하는 동안 정말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하며 사는 거다. 그러면 헤어질 때 더 슬프겠지. 하지만 그만큼 추억으로 살아가게 되는 거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야만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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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옮겨 적는 2023년 12월 18일 현재.
나의 14살 고양이는 밥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시고 하악질도 잘하고
여전히 나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