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5)
@이식하는 날 - part 2
당장 어떤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마치 잠시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누워있다가 병원을 나섰다. 강남 쪽으로 가서 엄마와 언니와 점심을 먹은 후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가려고 할 때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늦을 것 같다고. 몇 시쯤 도착할 예정인지 물어보니 친구 카페를 좀 더 여유 있게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하고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로 향했다.
나의 서프라이즈 방문에 놀란 친구! 원래대로면 선물만 전달하고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엄마와 언니의 지각 덕에 한 30분 정도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점심을 먹을 것이긴 하지만 12시가 넘은 시점이라 조금 배를 채울 수 있는 고구마 라테를 친구가 만들어 주었다.
친구와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엄마와 언니를 만나러 다시 전철역으로 향했다. 가야 하는 건강검진 센터 근처에 백화점이 있어서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만나기로 했고, 내가 먼저 도착하여 푸드코트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엄마와 언니를 기다렸다. 그런데 오기로 한 시간이 지나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건강검진 결과 상담은 오후 2시 반이었고, 우리는 1시 반에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결국 엄마와 언니는 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도착했다. 나에게 이야기한 시간보다 30분 더 늦게 도착한 것도 그렇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2시에 도착할 거니 먼저 먹으라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는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푸드코트에서는 30분을 계속 기다리며 서 있었더니 화가 폭발하고야 말았다.
이것도 호르몬의 영향인 것인가. 아니야, 이건 그냥 내 성격이겠지. 혼자 잔뜩 성이 난 채로 엄마와 언니를 만나 그냥 건강검진 센터로 향했다. 그 사이에 출장에서 돌아오고 있던 남편에게도 투덜거리는 메시지를 투척. 이식하는 날엔 다들 몸조심하라고 안정을 취하고 몸에 좋은 거 먹인다는데 나는 이게 뭐냐는 매우 화가 난 메시지를 투척했고, 성격 좋은 남편은 더 화를 내라며 메시지로나마 나를 토닥여 주었다.
다행히 엄마의 결과는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라서 안심한 상태로 간단히 카페에서 토스트를 먹고 헤어졌다. 나의 마지막 일정인 치과 진료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바로 옆 역에 있던 치과로 이동해서 간단히 치과치료를 마무리한 후에 집으로 돌아오니 약 오후 5시. 당시 남편이 며칠 동안 지방 출장을 갔었는데, 마침 그때 딱 욕실 전등이 나갔더랬다. 이사 온 후 처음 있는 일이라 LED인지 아님 어떤 전등인지 몰라 관리실에 물어보려 했었는데 그동안은 퇴근하고 오면 관리실 업무가 종료되는 터라 확인하지 못하던 차에 관리실에도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바로 거실 소파에 널브러졌다. 널브러지고 보니 뭔가 약간 피곤한 것 같기도...? 이렇게 나의 첫 시험관 배아를 이식한 날은 그 어떤 날보다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지나갔다. 인터넷을 보니 일명 '눕눕'하며 보내는 것이 좋다, 안 그래도 괜찮다 등등 상반된 이야기가 있던데... 나는 '눕눕'은커녕 엄청 활발한 하루를 보냈네. 오늘 나의 하루가 부디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