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봄에서 겨울까지

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8)

by 임히엔

@임신 5주 차


예전에 잡아놓은 저녁 약속이 이번 주 병원 진료일에 있었다. 그다음 날에도 약속이 잡히게 되어 초기에 좀 무리일까 싶어서 주초가 시작되자마자 고백(?)을 하고 약속을 취소할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만나기로 했던 분들은 전 직장 동료 분들이었는데, 이 날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분도 둘째를 바라던 중이었는데 시험관으로 임신을 하신 거다. 그런데 우리의 예정일이 똑같았다! 오 마이갓!!! 이렇게 신기한 일이 일어나다니... 서로 몸조리 잘하라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잘 이야기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날 나와 예정일이 같은 이 분이 입덧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며 부디 나는 입덧 없이 넘어가길 바란다는 말을 하셨는데... 그 말이 왜인지 기억이 남더라니...


그다음 날이던가... 다다음날이던가부터 갑자기 속이 이상해짐을 감지했다. 극초반에 있던 심한 소화불량 느낌과는 다른 느낌. 임신 확인 직전에 먹은 족발과 막국수가 나의 최후의 만찬이었나 생각하며 슬퍼하던 때였는데, 이것은 또 무엇인가...? 그렇다. 입덧의 시작이었다.


입덧은 가장 긴 시간 공복 상태로 있다가 일어나는 아침에 심했다. 울렁울렁울렁. 집에 마침 비타민C 캔디가 몇 개 있어서 출근길에 먹어봤는데 꽤 효과가 있어서 남편이 바로 유명하다는 입덧사탕인 레몬사탕을 쿠팡으로 주문. 그다음 날부터 전철 타는 시간을 위해 여러 개 챙겨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 두 개가 있었는데 바로 요플레와 참크래커. 다행히 둘 다 회사 간식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사탕으로 출근길을 버틴 후 아침 겸해서 요플레를 하나 먹고 점심때까지 참크래커로 버티는 것이 어느덧 루틴이 되었다. 이 때는 몰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행복한 것임을...


임신 5주 차 말미에 찾은 병원에서는 어느덧 흔히 다이아링이라고 불리는 아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기집도 훨씬 커졌고, 난황도 생기고 0.1cm 밖에 안 되는 아이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펄떡이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5주 차에 아기 심장 뛰는 거 보인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 텐데 이거 보라며 나보다 더 재밌어하셨다. 함께 화면을 보던 감성 감성한 남편은 감동한 듯 보였다.


한 가지,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아기집 아래쪽에 피고임이 보여서 당분간은 안정을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결국 그다음 날로 예정된 약속도 취소... 두 번째 뜻하지 않은 고백(?)을 한 후 주말에는 편히 쉬기로 했다. 그리고 그다음 주는 쉬는 날이 끼어 있어 시술 위주로 진료를 진행한다고 하셔서 다음 진료는 2주 후로 잡히게 되었다. 더 이상 피검사는 하지 않았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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