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봄에서 겨울까지

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14)

by 임히엔

@임신 20주 차


20주 차 말미가 되는 금요일. 그날 저녁은 혼자 먹어야 했고, 한 주를 보내고 조금 피로했던 나는 저녁은 조금 있다가 먹자 하며 소파에 널브러졌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배에서 처음 느껴보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안에서 퉁 하고 차는 느낌? 어?? 이게 태동인가...? 지난번 진료를 보았을 때 원장님이 태동은 느끼지 않느냐고 해서 느끼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드디어 나도 태동을 느끼는 건가 싶었다. 초반에는 뽀글거리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2주 정도 더 지나서인지 뽀글이 아니고 퉁 하는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몇 번 더 느껴지는 퉁 하는 느낌!


순간 '금명이가 배가 고픈가' 하며 소파에서 일어나 사부작사부작 간단한 저녁을 차려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태동을 느낀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감성적인 아빠와 그렇지 못한 엄마의 대화.


나: 좀 쉬다가 밥 먹자 하고 소파에 앉아있는데 계속 안에서 퉁퉁거리는 것 같어

남편: 이제 자기 존재 느끼라고 하나보다 ㅎㅎㅎㅎ 귀엽네 우리 금명이

나: 그래서 금명이 밥 달라는 건가 하고 저녁 먹는 중

남편: 태동 처음 느낀 날~


나중에 알고 보니 핸드폰 캘린더에 태동 처음 느낀 날이라고 남편은 입력까지 했나 보다. 그 부분까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나. 뒤늦게야 이야기를 듣고 작성 중인 아기 앨범 캘린더에 "태동 느낀 날" 스티커를 붙여본다.


@임신 21-22주 차


원래 이번 달 말에 남편 생일이 있는데 하필 생일 전후로 남편의 업무 스케줄이 매우 빡빡하여 약 2주나 빨리 생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마침 시댁에서 식사를 하게 된 날이 금명이 보러 가는 날. 22주 차 0일이 되는 날로 이번에는 정밀 초음파를 받게 된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무브무브!


평소와 같이 혈압과 몸무게를 재고 이번부터 소변검사도 진행한다고 하여 소변컵을 받아 들고 대기. 잠깐 앉아있자니 초음파실에서 내 이름을 부르셔서 남편과 함께 들어갔다. 오늘은 금명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상이 없는지 말 꼼꼼하게 스캔하는 날! 침대에 누워 바로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다. 귀를 시작으로 금명이의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엎드려 있어 잘 보이지 않을까 봐 걱정했으나 다행히 자세를 바꿔줘서 수월하게 검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뇌와 심장, 위, 콩팥, 척추 등을 거쳐 성별을 한 번 더 확실하게 확인해 주시고, 다리와 양쪽 손발 다 문제없이 꼬물거리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번 초음파에서 가장 히트였던 것은 다름 아니고 금명이의 코! 코와 입술 부분을 확인해 주시는데 보자마자 이건 누가 봐도 아빠 판박이였다! 순간 터져 나오는 웃음. 남편도 보자마자 본인과 너무 닮은 코에 할 말을 잃었다. 벌써부터 이렇게 닮을 수 있는 것인가? 실제 태어나고 나서의 모습이 더더욱 궁금해지는 순간.


금명이도 그렇고 경부길이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큰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듣고 이번 정밀 초음파를 마칠 수 있었다. 다만, 아기 몸무게가 주차에 비해 6일 정도 늦는다고 했는데, 이 정도는 정상범위이고 앞으로 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셔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런 케이스가 생각보다 많은지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고, 고기 등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어서 나도 앞으로 좀 더 신경을 쓰자고 다짐해 보았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남편 생일 케이크를 픽업하고 시댁에 방문하여 진료 이후 최대의 개수를 찍은 초음파 사진들을 시부모님께 보여드렸다. 설명 없이 보면 어느 부위가 어디인지 아직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면서 하나하나 어느 부위인지 설명해 드렸더니 너무 신기해하셨다. 코 사진은 남편이 이미 카톡으로 공유를 해서 이미 알고 계셨고, 특히나 손가락 발가락 사진을 보시곤 이렇게 자세히 보이는 것에 많이 놀라워하셨다.


이번 진료에서는 중간에 브리핑을 한 번 해주셨는데, 앞으로 남은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1달 후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 임당 검사를 하고 남편과 함께 백일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엄마로서 아기의 항체 형성을 위해 나는 당연히 맞아야 하지만 남편도 함께 아기를 양육하는 주양육자이기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맞아야 한다고. 다음 진료가 27주 차인데 30주부터는 드디어 2주에 한 번씩 진료를 본다고 한다. 그리고 임신 막바지에 들어가면 매주 진료를 보게 된다.


세상에, 이제 몇 번만 더 진료를 보면 금명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다음 달에 있을 임당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진료 때에는 금명이가 주수에 맞게 잘 크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으면. 금명아, 우리 한 번 열심히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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