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봄에서 겨울까지

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20)

by 임히엔

@임신 29주 차 - part 1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 남편과 나란히 앉아 다시 시도를 해보니 훨씬 도움이 되었다. 병원 간호사 분이 채혈해 주셨던 모습을 남편이 기억해서 '이렇게 했던 것 같아~'하고 이야기한 대로 따라 하니 에러 없이 측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에러가 자주 나지 않고 채혈을 할 수 있었다. (피가 검사지 특정 부위까지 스며들지 않으면 에러가 나는 거였고, 이를 위해 검사지를 손가락에 수직으로 세워서 접촉시켜야 잘 되었다.)


본격적인 혈당 측정이 시작되자마자 사실 추석 연휴가 시작되어 과연 나의 임당 관리의 시작이 잘 될 수 있을지 약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친정과 시댁을 가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휴가 길어서 집에서 식단 조절이 자유롭게 가능했기에 오히려 나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맛있는 것들을 잔뜩 먹을 수 있는 추석 당일. 우리는 친정을 먼저 가고 시댁에 가는 스케줄이었으므로 먼저 친정으로 향했다. 나의 임당 확정 소식을 익히 알고 계신 엄마였기에 되도록이면 단백질과 나물 위주의 반찬으로 상을 차리셨다. 그리고 식사 후 남편과 동네를 걸으면서 산책까지!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후에 측정한 나의 수치는 out이었다. 뭐 오늘 하루는 혈당 관리는 포기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호기심에 언니랑 엄마에게도 혈당 측정을 해보겠냐고 제안을 하였고 먼저 언니가 혈당 측정을 하였는데, 세상에...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심지어 믹스커피까지 마시면서 하나도 움직이지 않은 언니의 혈당 수치는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심지어 바로 직전에 달디 단 말린 망고를 먹은 엄마와 내 수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충격! 뭔가 마음 한 켠에는 기계를 통한 수치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현실을 한 번 더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임당이 맞긴 맞구나...!!


29주 차가 시작되기 직전에 통밀빵도 주문하고 두부와 쑥갓, 두유 등 혈당관리를 위한 아이템들을 마트에서 여럿 주문했는데, 그중 아침 식사로 통밀빵에 리코타 치즈를 발라 먹는 것이 꽤 괜찮았다. 물론 식사 시작은 야채로 하지만! 리코타 치즈를 좋아하는데 임당 식단으로 맞아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부도! 이렇게 혈당 관리를 위한 시작은 나에게 맞는, 내가 즐겨 먹을 수 있는 재료 중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연휴 말미에 만삭사진을 찍으러 미리 예약해 놓은 스튜디오로 향했다. 우리는 조리원에 연계된 곳에서 촬영하지 않고 검색에 검색을 거쳐 셀프 스튜디오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오전 11시부터 1시간 촬영이라 촬영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귀가하는 일정이었고, 점심은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 다른 층의 브런치 가게에서 하기로 했다.


꽤 여러 군데에 있는 체인 브런치 식당이었는데 나는 처음 가본 곳이었다. 이곳을 가자고 했던 이유가 합리적인 가격에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었고, 리코타치즈샐러드도 있는 등 메뉴가 꽤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뉴를 보니 피자 메뉴 중에 리코타치즈샐러드 피자가 있었다. 흠... 샐러드 말고 피자로 먹어볼까? 하는 생각에 과감히 샐러드가 아닌 피자 메뉴로 도전!


그런데 이 리코타치즈샐러드 피자가 꽤 맛이 있었다. 도우도 보통 피자 도우와 달리 얇은 패스츄리 느낌이라 부담이 없고, 위에 야채와 리코타 치즈가 듬뿍 올라가 있어 샐러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느낌이었다. 스테이크에도 버섯과 같은 채소가 사이드로 같이 나와서 채소 - 고기 - 리코타치즈샐러드 피자 순으로 식사를 한 후 남편과 주변을 조금 걷다가 집으로 귀가를 했다.


혈당 측정의 경우 보통 식사 시작 시간 기준 1시간 후 140 이하, 2시간 후 120 이하가 되어야 한다. 이 날은 식사 후 산책하고 집으로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으므로 2시간 후 혈당을 측정할 수 있었는데, 어머나! 피자로 먹었음에도 안정적인 수치가 나왔다. 아무래도 피자는 밀가루라서 피해야 하는 메뉴가 아닐까 싶었는데, 내가 먹을 수 있는 피자가 생겼고, 그 피자가 꽤나 취향에 맞았기 때문에 이런 피자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그리고 다 먹지 못해 포장해 온 남은 피자를 그 다음날 아침 메뉴로 먹어보았고, 여전히 혈당 수치는 안정적이었다. 리코타치즈샐러드 피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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