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봄에서 겨울까지

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21)

by 임히엔

@임신 29주 차 - part 2


그러고 보니 29주 차 우리 부부의 나름 소소한 이벤트였던 만삭사진 촬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임신 초기에 복지카드를 신청하고 조리원 예약을 하면서 연계된 스튜디오에서 여러 번 촬영을 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었는데, 우리는 연계 스튜디오에서 진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온라인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콘셉트도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고 원본도 몇십만 원을 지불해야 받을 수 있을뿐더러, 제일 실망이었던 것은 유료 상품을 진행하지 않으면 매우 불친절해진다는 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을 할 때도 스튜디오 사진을 찍지 않고 스스로 작가님을 찾아서 야외 스냅만 두 시간 정도 찍었던 사람들이었다. 셀프로 드레스와 원피스, 양복과 소품들을 준비하고 찍었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결과물도 매우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셀프로 만삭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봤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곳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곳도 여러 상품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셀프촬영이기에 금액이 매우 합리적이었다. 우리는 베이직 상품에 이곳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4컷 사진을 추가하여 9만원 상품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보정은 몇 장 되지 않지만 이 금액으로 모든 원본을 다 받아볼 수 있고, 나와 남편의 경우 두 사람 다 포토샵 이용이 가능하므로 보정이 많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스튜디오는 예약이 되었고, 우리의 사진 콘셉트만 정하면 된다! 남편은 이즈음 많이 바빴기 때문에 나 혼자 열심히 고민을 하고 남편에게 통보 아닌 통보를 했는데(하핫), 다행히 남편도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총 3가지 콘셉트 중 하나는 원피스 & 양복 조합이었다. 남편의 경우 웨딩스냅을 찍었을 때 입었던 연한 베이지색 양복을 입고, 나는 신혼여행 때 가져가서 입었던 아이보리색 원피스를 입는 것이다. 다행히 배가 어느 정도 나왔음에도 원피스는 잘 들어갔다! 두 번째 콘셉트는 두 사람 모두 연한 색의 청바지를 가지고 있어서 청바지에 흰색 탑을 입는 캐주얼 콘셉트이었다. 요새는 배를 내놓고(?) 많이 찍는 것 같아 내 경우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을 흰색 크롭 블라우스를 쿠팡을 통해 주문했다. 마지막은 두 번째 캐주얼에 가볍게 각자 응원하는 야구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번만 옷을 갈아입어도 세 가지 콘셉트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찾아보면 웨딩스냅 찍는 것처럼 전문가에게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는 분들도 계시던데 우리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보정의 힘을 믿기에? 하핫) 대신 화장을 정말 못하는 나지만 어느 정도 색조화장도 하고 머리 또한 고데기로 오랜만에 웨이브를 주었다. 그리고 준비한 옷들과 소품들을 바리바리 챙겨서 스튜디오로 고고!


우리는 첫 타임인 11시에 예약을 했고 예약시간보다 꽤 빨리 도착해서 스튜디오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며 다른 분들이 찍은 샘플 사진들을 구경했다. 구경하면서 참고할만한 포즈도 여럿 찾아볼 수 있어 일찍 가기를 잘한 것 같다. 탈의실도 잘 마련되어 있어 우선 첫 번째 콘셉트 의상으로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들어가니 이미 카메라와 조명이 세팅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소품들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기모양 풍선과 귀여운 토끼인형, 커다란 하트풍선 등 스튜디오의 다양한 소품과 우리가 가져온 토퍼, 아기 양말, 초음파 사진 등을 활용해서 50분 동안 매우 열심히 찍었다. 촬영 전날 남편이 출근한 사이 집에서 꾸며간 스케치북도 꽤나 유용했고 사진에 문구가 생각보다 잘 나와서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짧을까 봐 걱정했던 촬영시간인 50분이 세 가지 콘셉트로 옷을 바꿔가며 찍는데도 생각보다 짧지 않았다. 내 경우 50분이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면 남편은 50분도 좀 힘든 느낌이었달까? 알고 보니 남편은 특히나 감기기운이 시작되고 있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이렇게 우리는 130여 장의 결과물을 받아 들고 우리의 만삭사진 촬영을 마무리했다.


원본은 점심을 먹는 사이에 빠르게 메일로 보내주셨고, 이후 집으로 돌아가서 보정할 사진과 4컷 사진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 스튜디오에 전송했다. 100장이 넘는 사진에서 몇 장만 추리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어서, 나는 스튜디오에 보낸 사진 외에도 몇 개 더 선별하여 스스로 사진을 꾸몄다. 마침 예전에 이모티콘 그린다고 태블릿에 받아 놓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포토샵으로 1차 보정을 한 사진들을 해당 프로그램으로 가져가 우리 나름대로 사진을 귀엽게 꾸며보았다. 그러고 나니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것 아닌가?! 웨딩스냅에 이어 셀프로 준비하고 촬영한 이번 우리의 사진 촬영도 대만족이었다! 나중에 금명이 50일 사진도 집에서 셀프로 찍어주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때도 이렇게 순조롭고(?) 재밌게 잘 찍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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