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서 봄, 봄에서 겨울까지

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23)

by 임히엔

@임신 33주 차


임신 33주 차에 들어선 11월부터 개인 연차소진을 시작으로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 후 첫 2주는 가족 행사들도 많고 약속들도 여럿 잡아서 꽤나 바쁜(?) 임산부였더랬다. 그 와중에 어떻게 하면 출산 전 이 휴직 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선 두 가지를 생각했는데 1) 태교(?) 호캉스 가기와 2) 머리 단발로 자르기였다.


이제 배가 꽤 나온 터라 긴 머리를 감을 때마다 목이 더 아픈 것 같아 가볍게 단발로 자르고 싶어 이사 온 후 정착해서 몇 번 갔었던 곳의 디자이너 선생님을 예약하려고 했더니 퇴사를 하셨단다. 이런.... 검색하다가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생긴 1:1 미용실을 예약하고 갔는데, 이럴 수가. 생각보다 머리 자르시는 솜씨가 영 별로였다. 나는 곱슬이라 머리 층을 잘 내지 않으면 머리 감고 말린 후에 마치 삼각김밥 같은 모양의 머리가 되는데, 내가 머리숱이 많아서 층을 치면 관리가 어렵다며 거의 층을 내지 않은 채 머리를 잘라주셨던 것이다.


머리를 자르고 집에 와서 보는데 이것은 흡사 웹툰 마음의 소리의 애봉이 머리 혹은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였다. 혹은 예전 무한도전의 명수는 9살인가? 에서 정준하가 쓴 단발머리 가발 같기도 했다. 흑흑... 아무래도 출산 직전에 다른 곳에 가서 한 번 더 잘라야 할 것 같다.


한 편, 나는 휴직을 해서 한가로워졌지만 남편은 여전히 일이 많이 바쁜 상황. 그래서 머리 자르기 직전에 고민하다 급 엄마에게 호캉스를 하러 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그렇게 우리는 서울의 한 호텔로 향했다. 다른 한 곳과 고민하다 고른 거였는데, 여기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호텔 내에 마련되어 있는 족욕시설 때문이었다. 아직 11월 초라 많이 춥지 않아서 야외에서 한강 뷰를 보며 발을 담그고 있자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호텔에서 체크인을 할 때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으니...! 체크인하기 전에 엄마보고 소파에 앉아있으라고 하려고 우선 데스크를 지나서 소파로 갔더랬다. 그리고 사전 체크인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오는 QR코드가 왔는지 보았는데 오지 않아 다시 데스크로 가서 줄을 서며 여쭤보았고, 코드 발급을 확인해 주신 후에 줄이 없는 키오스크로 안내를 받았는데 코드가 쉽게 먹히지 않았다. 이런 우리에게 한 직원 분이 따로 도와주시겠다고 별도의 데스크로 나를 데려가셨다.


그분은 VIP전용 직원 분이라고 하셨는데, 나와 엄마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임산부와 고령(엄마 쏘리...)의 어머님 조합이라 마음이 쓰이셨나 보다. 친절하게 체크인을 도와주시며 이용가능한 여러 부대시설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는 것도 모자라 우리가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체크아웃시간까지 늘려주셨다! 웰컴 초콜릿도 하나 더 주시고! 호텔 다니면서 이런 친절함을 받아보다니... 체크아웃 시간을 늘려주신 덕분에 그다음 날 아무도 없는 족욕시설에서 마치 전세 낸 것 마냥 한 번 더 여유롭게 족욕을 할 수 있었다. 호텔에 투숙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이때의 일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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