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한 지 7개월이 좀 덜 되었을 때.
적어도 1년은 버티려 했던 내 안의 트리거가 당겨지는 순간, 나는 사직서를 쓰고야 말았다.
10여 년이 넘는 커리어 중 이직은 이번이 두 번째. 나름 가는 곳마다 짧지 않은 근속연수를 자랑하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다. 나랑 가까운 주변 친구들과 남자친구는 잘 결정했다며 이참에 푹 쉬라고 고맙게도 격려를 해주었지만, 내가 여기 있는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은 1년만 버티지 그러냐 결혼식은 하고 그만두지 그러냐 등등 아쉬움을 표현하셨다.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 나는 심지어 몇 달 후에 결혼식을 올린다. 그동안 솔로로 지내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경조사비를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하고 소처럼 일만 하던 나였는데, 막상 받을 일이 생기자 퇴사를 하게 되다니. 인생사 참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막상 사표를 쓰긴 했지만 사표를 낸 직후에는 마음 한 편에 이제 당장 다음 달부터 대출이자는 어쩌나, 오랫동안 다음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감이 스멀스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사 전 인수인계를 하는 기간 동안 이러한 불안감보다는, 생애 처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하게 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쉬는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살짝 설레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제 곧 나는 백수가 된다. 어쩌다 보니.